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9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욕설 논란이 불거진 것을 언론의 오역 탓으로 돌리면서 "나는 오바마를 언급한 것이 전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싱가포르 일간 더스트레이츠타임스와 필리핀 일간 인콰이어러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현지 필리핀 교민들을 만나 "나는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앞서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달 5일 다바오 국제공항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마약 용의자 즉결처형에 문제를 제기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기자회견 질문에 답하면서 '푸탕 이나(개XX)'라고 말해 욕설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발언이 나오자 오바마 대통령은 라오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양국 정상회담을 취소했고, 두테르테 대통령도 유감을 표시하며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건 언론의 오보"라면서 이미 필리핀 현지 방송사인 TV5 측이 욕설 관련 기사가 오보라고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외신이 '푸탕 이나'란 표현을 '매춘부의 자식(Son of a Whore)'으로 잘못 번역해 논란을 키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 표현은 '개XX'나 '엿먹여라(Fuck you)' 정도로 번역돼야 하는데, 잘못 번역돼 오바마 대통령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며 문제를 언론의 오역 탓으로 떠넘기며 "나는 다바오를 떠나기 전까지 전혀 오바마와 대립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반인은 언론을 조심해야 한다"면서 "언론은 자신들이 쫓아다니는 대상을 항상 최악의 모습으로 묘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TV5 앵커 에드 린가오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두테르테 대통령은 양자회담에서 초법적 살인 문제가 제기되는 것이 '부적절하고 무례하다'고 했을 뿐 오바마 대통령을 '무례'하다고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필리핀 네티즌들에게 자신과 직장 동료들에 대한 위협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면서 "오보를 언론인 살해와 괴롭힘을 정당하는데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덧붙였다.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hwangc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