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등 3개국 대학 연구진, 미국 연방선거·200여 개 기업 분석 결과

사장의 정치적 성향이 선거에서 직원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와 이탈리아 보코니대학교, 스위스 루가노대학교의 경영학 교수 3명이 'CEO의 정치적 선호가 직원들의 선거운동 기부금과 투표 결정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연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5일(현지시간) 전했다.

연구진이 1999∼2014년 미 상·하원, 대통령 선거 등 연방선거와 관련해 2천여 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CEO와 직원들의 선거 기부금과 투표율 간에 통계적으로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이 자사 CEO가 지지하는 후보에게 내는 기부금은 다른 후보의 거의 3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2012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CEO가 그를 지지한 회사 직원들로부터 거둬들인 선거 후원금은 CEO가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에게 기부금을 낸 회사 직원들에게서 모금한 금액의 3배였다.

CEO와 직원들이 공통의 가치관과 이해를 공유하기 때문에 같은 정당을 지지하는 것이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CEO의 정치성향이 바뀌면 직원들의 선택도 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연구진은 "새로운 CEO가 전임 CEO가 지지한 후보들과는 다른 후보들을 지지할 경우 직원들도 새 CEO를 따라서 기부 대상을 바꾸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또 CEO가 선거 기부금을 낸 지역구에 사는 직원들이 다른 지역의 직원들보다 11.5% 가까이 투표장에 나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 같은 증거는 CEO가 그들이 경영하는 회사와 민주주의의 본질에 중요한 영향력을 가진 정치세력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NYT는 일부 CEO들은 단순히 직원들에게 영향을 주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특정 후보와 회사가 후원하는 정치활동위원회(PAC)에 기부할 것을 독려하기도 한다면서 그러나 이는 복잡한 윤리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는 이메일과 내부 비디오를 통해 직원들에게 정치 후원금 기부를 권한 머리 에너지 대표 로버트 머리를 수사하기도 했다.

결국, 법적인 문제는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당시 일부 직원들은 기부하라는 압력으로 느껴졌으며,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느꼈다고 언론에 토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CEO들이 선거운동 영역에서 벗어나 있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이번 대선에서도 월스트리트에서는 많은 CEO가 어떤 후보를 지지할지 공개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분위기라고 NYT는 전했다.

그러나 스티브 워즈니악 애플 공동창업자, 지미 웨일스 위키백과 창립자 등 미국의 기술 분야 인사 145명은 지난 7월 공개서한을 통해 "혁신에 재앙이 될 것"이라며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k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