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와 동등한 모습 부각…중국 영향력 과시

중국이 항저우(杭州) 주요20개국 정상회의(G20)를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전 세계를 이끄는 명실상부한 최고 지도자 반열에 올리는 데 매진하는 분위기다.

시 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장시간 양자 회동을 시작으로 이번 G20 회의에 선진국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 정상까지 초청하면서 전 세계 조율자로서 능력을 과시했다.

5일 CCTV 등 중국 관영 언론은 이날 일제히 1면 또는 톱뉴스로 시진핑의 G20 정상회의 연설과 활동을 전하면서 전 세계에서 달라진 시 주석의 위상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관영 신화통신은 '시 주석이 G20 정상회의에서 세계의 중앙 무대를 차지했다'면서 시 주석이 선진국 및 개도국 정상들과 항저우가 자랑하는 절경 서호(西湖)를 유람선을 타고 도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냈다고 호평했다.

앞서 시 주석은 G20 개막연설에서도 "세계 경제의 격랑을 이겨내고 미래 성장의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기 위해 우리는 같은 배에 타고 있음을 아는 게 좋다"면서 항저우를 세계 경제가 새로운 항해를 떠나는 큰 배의 출발점으로 만들자고 강조했다는 점을 이 통신은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또한, 중국 언론들은 G20 회의가 열린 항저우는 13세기 원나라 때 방문한 마르코 폴로로부터 '세상에서 가장 호화롭고 부유한 도시'라는 칭송을 받았으며 시진핑 주석이 2002년부터 2007년까지 5년간 저장(浙江)성 대리성장과 서기로 근무하면서 번영을 이끌었다고 부각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국이 세계 2위 경제 대국이며 최대 인구 대국이라는 점도 강조하면서 세계 경제가 2009년 글로벌 경제 위기 이후 침체 국면에 있으나 시 주석은 비즈니스 서밋(B20)에서 개혁 및 개방 정책으로 중고도 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G20 정상회의 사상 처음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 2030 어젠다'를 위해 행동 계획을 채택한 것도 시 주석의 공이 크며 G20 내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중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중국 인민대 충양(重陽)금융연구원 왕원 원장은 "시 주석은 글로벌 거버넌스에 중국이 참여하는데 개인적인 역량을 발휘해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찬사를 보냈다.

중국 언론은 시 주석이 이번 G20 정상회의 기간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 정상회담을 하고 글로벌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공동협력도 다짐한 점도 집중적으로 전하면서 시 주석이 전 세계에서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부각했다.

특히 CCTV 등 중국 방송들은 시 주석이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는 장면과 더불어 오바마와 같이 걸어가면서 말을 나누는 모습 등을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 중국이 명실공히 미국과 동등한 '신형 대국 관계'에 들어섰음을 선전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 3일 오후 항저우에서 4시간 이상 마라톤 정상회담에서 갈등현안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며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또한, 오바마 대통령의 방중 시 레드카펫 없이 중국에 입국하고 취재진 접근도 제한됐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타임스는 이날 사설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공항에서 에피소드가 미·중 정상회담을 가릴 수 없다면서 양국 정상회담이 유익하고 솔직했다면서 양국의 불화설에 대한 진화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