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와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를 놓고 또 충돌했다. 중국 항저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지난 3일 열린 미·중 정상회담 자리에서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신화통신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항저우에서 4시간 동안 이어진 ‘마라톤회담’에서 양국 간 주요 갈등 현안에 대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렸다.

시 주석이 먼저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를 꺼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회담에서 “중국은 미국이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데 반대한다”는 기존 태도를 되풀이한 뒤 “미국 측에 중국의 전략적 안보 이익을 실질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각 당사국이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동을 자제함으로써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남중국해 문제로 중국을 압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 측에 “유엔해양법협약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라”고 압박하면서 중국과 필리핀 간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한 네덜란드 상설중재재판소 판결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시 주석은 “중국은 남중국해의 영토주권과 해양권익을 확고부동하게 수호해 나갈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번 회담은 내년 1월 퇴임하는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중 마지막 미·중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은 파리기후변화 협약을 공동으로 비준한 것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개막한 G20 정상회의는 5일 각국 정상들이 합의문을 채택한 뒤 폐막한다. 각국 실무진들은 세계 경제의 하방 리스크를 막고, 견조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가는 것을 골자로 한 ‘항저우 컨센서스’ 초안을 마련한 뒤 최종 조율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교도통신은 자체 입수한 초안 사본을 토대로 이번 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수출 경쟁력 확보를 위한 통화 평가 절하를 자제하고, 보호무역주의를 거부한다는 데 합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