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정상회담 전문가 분석

국내 한-러시아 관계 전문가는 3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회담에 대해 "경제협력과 북핵 공조를 연계하는 접근법에 두 정상의 주파수가 맞았다"고 평가했다.

특히 러시아가 반대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와 관련해 최소한 외형상으로는 큰 파열음을 내지 않은 것은 이 같은 양 정상의 실용적 접근에 따른 결과였다는 분석도 나왔다.

다음은 한-러 정상회담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다.

◇엄구호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소장
박대통령은 경협 확대를 통한 양국의 국익 증대와 신뢰 증대가 북핵 공조로 이어지는 접근 방식을 취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지금 러시아에게는 북핵 문제보다는 한국과의 경협이 우선 순위에서 앞서기 때문에 이번에 경협을 매개로 양국 정상의 주파수가 적당하게 잘 맞은 것 같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4∼5일·중국 항저우), 동아시아정상회의(EAS·7∼8일·라오스 비엔티안)와 이들 회의를 계기로 한 한중 및 한미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다.

그런 선상에서 보면 우리가 러시아와는 (사드 및 북핵 문제와 관련해) 나름대로 선제적으로 관리를 잘 했다고 본다.

우리가 중국과의 관계에서 입지를 마련하는데는 러시아와의 관계를 잘 관리하는 것이 안전판이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박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 그렇게 되기를 기대한다.

◇고재남 국립외교원 유럽·아프리카 연구부장
한국 입장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목표는 1차적으로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공조를 강화하고 사드 배치에 대한 러시아의 이해를 넓히는 것이었다는 점에서 성과를 냈다고 해야 할 것이다.

2013년 11월 푸틴 대통령 방한을 계기로 합의된 남북러 삼각협력과 한러 양국간 경협이 우크라이나 사태(러시아의 크림 반도 병합)와 북핵 문제로 인해 중단되거나 정체된 상태였지만 이번에 재점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가 해결되면 사드 배치는 필요가 없어진다'는 이른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을 거론했을 것이다.

푸틴 입장에서는 중국이 선두에서 사드를 반대하는 상황에서 굳이 사드를 둘러싼 한러간 이견을 노출시킬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오히려 한러간의 경협을 보다 더 활성화하는 쪽에 푸틴의 관심이 더 컸던 것 같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