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양부모가 귀화절차 제대로 안 밟아…성인되고서 취업·이동 제한"

한국에서 태어나 1985년 미국 가정으로 입양된 저스틴 기홍(33)은 평생 미국인으로 살아왔다.

그런데 취업을 위해 고용주에게 사회보장번호(SSN)와 운전면허증 등을 제출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법적으로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양부모가 그를 미국으로 데려오고 나서 귀화에 필요한 서류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스틴은 혹시라도 미국에서 추방당할까 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처럼 1950∼1980년대에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미국으로 입양된 사람 중 미국 국적을 얻지 못한 입양인이 수만 명에 이른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늘날 미국 가정이 외국으로부터 입양한 아이는 통상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며 입양 단체와 대사관 등도 양부모들에게 입양아의 시민권 취득에 필요한 사항을 충분히 알려주지만, 과거에는 양부모들에 대한 충분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2001년 2월 미국에 입양된 모든 18세 미만 미성년자에 시민권을 부여하는 '어린이 시민권법'이 발효됐고 이에 따라 당시 미국에 있던 18세 미만 입양아 10만여 명에게도 시민권을 부여했다.

하지만 당시 18세를 넘어 시민권을 받지 못한 입양인들은 미국인처럼 생각하고 말하지만 법적으로 미국인이 아니라는 정체성 혼란에 빠져 있다.

이들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거나 빼앗길까 봐, 또한 잘못된 행동을 하면 미국에서 추방당할까 봐 불안해하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이들은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모른 채 자랐으며 공무 절차가 엄격하지 않았던 2000년대 이전에는 그중 상당수가 사회보장번호와 운전면허를 취득했다.

심지어 미국 여권을 발급받고 투표를 하거나 미군 복무를 한 입양인도 있었다.

법적인 미국 시민이 아닌 한국 출신 입양인만 1만8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상황에 놓인 베네수엘라, 독일, 인도, 과테말라, 베트남, 이란 등에서 온 입양아도 상당수다.

미국 휴스턴에 사는 한국 출신 입양인 조이 알레시(50)는 25살 때 멕시코에 여행 가려고 여권을 발급받으려다가 미국 시민이 아니라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는 결국 외국 여행을 위해 한국 여권을 발급받았지만, 일자리를 구할 때 입양 서류를 지참해 자신이 미국인으로 자랐음을 보여줘야 했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입양된 몬티 헤인스(44)는 1990년대 쿠웨이트에서 미군 복무도 했다.

그런데 2001년 마약 문제로 체포되고서 이민국 관계자로부터 그가 미국 시민이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했던 그는 이후 한국으로 추방됐다.

지금 서울에 있는 달러 환전상에서 일하며, 한국 여권을 가지고 있으나 미국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

최근 비슷한 처지인 입양인들이 뭉쳐 나이와 관계없이 미국 시민 가정에 입양된 모든 사람이 시민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입양아 시민권법' 입법을 건의했다.

법안은 미 의회에 계류 중이다.

이를 지원한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은 "입양아들은 미국 가정에서 자라 미국 학교에 가고 미국의 삶을 이끈다"며 "이들의 삶에 대한 위협은 정당하지 않으며 입양아를 미국인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가정의 어린이 입양은 1950년대 한국 전쟁 이후 한국 어린이들을 받아들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돼 이후 다른 나라 아이들로도 확산했다고 WP는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