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고향이자 정치적 터전 다바오시 폭탄테러에 IS 추종단체 응징 천명

2일 밤 필리핀 남부 다바오 시에서 80여 명의 사상자를 낸 폭탄 테러의 범인으로 이슬람 무장단체 '아부사야프'가 지목되고 있다.

마약조직의 소행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지난 6월 말 취임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테러단체와 마약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에 나서면서 이들이 보복이나 암살 위협을 해왔기 때문이다.

테러 지역이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이자 정치적 터전인 다바오 시인 데다 폭탄이 터진 야시장이 그가 자주 찾던 마르코 폴로 호텔 인근이어서 대통령을 겨냥한 공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자신의 취임 이후 안정을 찾아가던 필리핀의 치안이 다시 불안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 속에 아부사야프의 범행일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자 이번에는 '테러와의 전쟁'에 나섰다.

필리핀 정부는 테러 장소와 규모에 비춰 아부사야프의 소행으로 의심하고 있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아부사야프는 3일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며 추가 공격을 예고했다.

1990년대 초반 결성된 것으로 알려진 아부사야프는 다바오 시를 포함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지역을 거점으로 납치와 테러를 일삼고 있다.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와도 연계된 아부사야프는 2014년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했다.

무장대원은 400여 명으로 추정된다.

70대 한국인을 납치한 후 10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시신으로 돌려보내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다.

아부사야프는 올해 상반기 인질로 잡고 있던 캐나다인 2명을 참수한 데 이어 지난 8월 말 10대 필리핀인 인질을 참수했다.

이에 격분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부사야프 섬멸을 지시했고 필리핀군은 이 무장단체의 근거지인 남부 술루 섬에 2천500여 명의 병력을 급파, 지금까지 30여 명을 사살하는 등 토벌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폭탄 테러 발생 전에 아부사야프의 위협이 있었다"고 밝혔다.

그의 아들인 파올로 두테르테 다바오시 부시장은 "이틀 전에 공격 위협이 있다는 믿을만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델핀 로렌자나 국방장관도 아부사야프를 지목했다.

정부의 대규모 군사 공격으로 수세에 몰린 아부사야프의 보복 테러라는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번 테러와 관련, 필리핀이 '무법 상황'이라며 군사력까지 동원해 테러범을 응징하겠다고 선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필리핀이 IS 테러로 파괴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테러 공격을 받으면 10배로 보복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모두가 용의자"라며 마약조직의 소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마틴 안다나르 대통령 공보실장은 "대통령과 정부에 화가 난 부류가 많다"며 이슬람 무장단체와 마약조직 가운데 한 곳의 소행으로 추정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으로 판매망이 막힌 마약상들의 반격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두 달간 2천 명가량의 마약 용의자가 사살됐다.

최근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거물 마약상들이 두테르테 대통령을 살해하기 위해 IS와 이슬람 반군단체인 방사모로자유전사단(BIFF)의 조직원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6월 초에는 뉴빌리비드 교도소에 수감된 마약상들이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 당선인의 목에 5천만 페소(12억 원)의 현상금을 내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달 검거한 무기 밀매상으로부터 한 고객이 두테르테 대통령 암살에 쓰일 총기를 주문할 것이라고 말했다는 진술을 받기도 했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