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모프 우즈베크 대통령 타계
우즈베키스탄을 25년간 철권통치한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78·사진)이 타계했다고 외신들이 2일 보도했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지난달 27일 대통령이 쓰러져 뇌출혈로 위독한 상태라고 밝힌 뒤 공식적으로 타계를 발표하지 않았으나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그가 타계했다고 밝혔다. AP통신은 아슈라프 가니 아프가니스탄 대통령이 장례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앙아시아 뉴스 전문인 러시아어 통신사 페르가나는 카리모프 대통령의 고향인 사마르칸트 묘지에서 장례식 준비 공사가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는 사진을 게재했다. 다만 이날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이 그가 타계했다는 속보를 전했다가 2시간도 안 돼 ‘기술적 원인으로 잘못 송고됐다’며 기사를 취소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카리모프 대통령의 후임이 누가 될지는 아직 분명하지 않다. 그가 키운 후계자가 뚜렷이 있는 것도 아니다. 카리모프 대통령이 그동안 자신에 반대하는 세력을 철저히 탄압했기 때문에 야당이 존재하지도 않고 미디어는 정부가 통제하고 있다. 샤브카브 미르지요예프 총리와 루스탐 아지모프 부총리가 후계자로 거론되는 정도다. 서방언론에서는 우즈베크 정부가 후계 구도를 정리하기 위해 그의 타계 발표를 미루는 것으로 보고 있다.

1990년 옛 소련 우즈베크공화국 대통령에 오른 그는 이후 헌법을 고쳐 25년 넘게 군림했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등 이슬람권 국가의 군사적 위협을 이유로 철권통치를 정당화했다. BBC방송은 유엔 보고서를 인용해 그가 국가 통치를 위해 사람들을 고문했다고 보도했다. 2005년에는 동부의 도시 안디잔에서 반(反)정부 시위를 벌인 무슬림 수백명이 학살당하기도 했다.

우즈베키스탄은 전통적으로 러시아의 동맹국이지만 최근에는 러시아 주도 군사동맹체에서 빠져나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그의 타계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가운데 사인을 둘러싼 여러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