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1일부터 ‘스위스 메이드(제조)’란 표식을 시계에 붙이기 위해선 스위스산 부품을 60% 이상 써야 한다. 지난해 스위스 연방각료회의에서 통과된 새로운 ‘스위스니스’ 법안에 따라서다. 기존 ‘50% 이상’이던 스위스산 부품 비율을 10%포인트 올려 스위스 시계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목적이다.

하지만 이런 규제와 보호장치가 오히려 스위스 시계산업을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대 부속 ‘기업 책임 및 지속가능성센터(CCRS)’의 이자벨 슐럽 캄포와 필립 아에르니 연구원은 최근 출간한 코퍼러티즘(협동조합주의)이 기업지배구조 실패로 이어질 때: 스위스 시계산업의 사례에서 “스위스 시계산업이 위기를 맞은 근본 원인은 중국의 반(反)부패 캠페인이나 스마트시계의 부상이 아니라 경쟁을 억제하는 독과점 구조와 정부 개입에 있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시계산업의 자랑인 스와치그룹이 사실은 혁신을 가로막는 애물단지라는 얘기다.

저자들에 따르면 스와치그룹은 처음부터 스위스 정부와 은행의 비호를 받아 독과점 업체로 세워졌다. 일본산 쿼츠 시계의 공세로 업계가 위기를 맞자 1983년 시계부품업체 ASUAG와 완성품업체 SSIH를 합병시켜 탄생한 것이 스와치그룹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고용을 유지하고 시계 품질을 유지한다는 명목으로 스위스산 부품 의무사용을 강제하면서 다른 시계업체도 스와치그룹에서 부품을 사다 쓸 수밖에 없었다. 저자들은 “새로운 업체의 진입을 막아 혁신을 위한 경쟁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스위스시계협회에 따르면 올 1~7월 스위스 시계 수출은 111억2400만스위스프랑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 줄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