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악화에 양안 관계까지 경색…지지율 급락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이 지난 27일 취임 100일 맞았다.

105년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이며 8년 만에 정권 탈환에 성공한 민주진보당의 최고 지도자로 큰 기대를 끌었으나 경기 악화에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마저 경색되면서 국정 운영 성적이 사실상 낙제점에 가깝다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대만 세대싱크탱크(世代智庫)의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차이잉원 정부의 양안 정책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42.7%에 불과했다.

차이 총통은 '대만 독립'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현 정권에 대한 지지율이 낮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5월 차이 총통의 취임 당시 지지율은 무려 70%여 달했으나 이후 계속 떨어져 최근 여론 조사에서는 45% 수준까지 떨어졌다.

대만 대표 여론조사기관 지표민조(指標民調)가 지난 11~12일 차이 총통의 국정 운영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45.5%가 만족한다고 답해 지난 7월 조사 결과에 비해 7.7% 포인트 하락해 50% 아래로 떨어졌다.

이처럼 집권 초반 지지율이 급락한 데는 차이 총통이 추진 정책의 핵심을 제대로 잡지 못해 국정 운영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만인들의 가장 큰 관심 사안인 경기 부양의 실패가 지지율 하락의 주범으로 꼽힌다.

대만도 한국처럼 경제 성장 동력이 사라지면서 올해 2%대 경제 성장은 물 건너갔으며 마이너스 성장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내년에 재정 확대를 한다고 해도 특별히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민주지표 여론 조사에서도 대만 내 전체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79.9%에 달했다.

대만인들은 차이 총통이 취임 후 경제살리기에 주력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대만 원주민을 탄압했던 과거사를 사죄하며 원주민 민심 잡기에 주력하는 모습에 적잖이 실망하는 분위기다.

사법 개혁 실패도 지지율 하락에 한몫을 했다.

차이 총통은 과거 민주화 사건 담당 검사 출신의 셰원딩(謝文定) 공무원징계위원장과 논문표절 의혹이 제기된 린진팡(林錦芳) 사법원 비서장을 각각 사법원 원장과 부원장으로 내정했다가 논란이 제기되자 사의를 수리해 민진당 지지층 이탈을 초래했다.

차이 총통이 임명한 정치평론가 출신 싱가포르 대사가 현지에서 음주 운전사고로 낙마한 것도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었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차이 총통의 강경 정책은 양안 관계를 악화시켰다.

차이 총통은 지난 5월 취임 이전부터 현상유지론을 앞세워 중국이 요구하는 '92공식'에 그동안 모호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92공식은 중국과 대만이 1992년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를 말하는 것이다.

특히 지난달에서 대만의 해군 순시함에서 실수로 발사한 ‘슝펑(雄風) 3호’ 함대함미사일이 중국 본토 방향으로 발사돼 어부가 숨지는 황당한 사건까지 벌어졌다.

중국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27일 사설에서 차이 총통이 취임 후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다면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지 않는 정책이 이런 상황을 가져왔다며 취임 100일이 실패작이라고 혹평했다.

양안 관계 경색은 대만 경제에 적지 않은 후폭풍을 주고 있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들이 발길을 돌리면서 대만 관광업계의 경영난이 악화하는 가운데 최근에는 아예 문을 닫는 여행사마저 등장했다.

차이 총통 취임 후 지난 23일까지 중국 관광객은 22.3% 줄었고 이 가운데 단체관광객의 감소 폭은 무려 38.9%에 이를 정도다
이에 따라 차이 총통이 향후 경기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과 양안 관계 개선을 모색하지 않을 경우 향후 지지율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차이 총통에게 국내외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면서 최근 그녀의 리더십에 대해 의구심이 늘어가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president2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