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구 폐쇄 발견 못 한 소방관 책임 인정·건물주 책임은 부인

9명의 목숨을 앗아간 2012년 '부산 서면 노래주점 화재 참사'의 유족들에게 부산시와 노래주점 업주 등이 총 20억원을 배상하라고 대법원이 판결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사망자 6명의 유족 16명이 부산시와 노래주점 공동업주 4명, 건물주 2명을 상대로 낸 2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양측 상고를 기각하고 시와 업주들이 19억7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한 원심을 25일 확정했다.

문제의 화재는 그해 5월5일 오후 8시50분께 노래주점 출입구 쪽 전기시설에서 시작됐다.

삽시간에 번진 불은 1시간이 넘어서 진화됐고, 그 사이 미로 같은 구조의 26개 방 사이를 헤매던 손님 9명은 비상구를 찾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주점엔 비상구가 3개 있었지만 2개로 이어지는 통로는 수익을 위해 노래방, 주류창고로 불법 구조변경된 상태였다.

게다가 화재 당시 카운터에 있던 업주는 자체 진화에 실패하자 혼자 줄행랑쳤다.

화재경보기는 영업에 방해된다는 이유로 꺼져 있었다.

화재가 아닌 '인재'(人災)로 인한 참사란 점이 드러나면서 공동업주 4명은 업무상과실치사죄 등으로 기소됐다.

3명은 징역 3년∼4년, 1명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30대 사망자 6명의 유족은 업주들, 건물주, 부산시가 가족의 죽음을 배상해야 한다며 민사소송을 냈다.

1심은 부산시 소속 소방관들이 1년에 3차례씩 정기검사를 했음에도 주점의 비상구 2곳이 폐쇄된 사실을 발견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업주와 건물주뿐 아니라 부산시도 유족에게 모두 17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은 건물주가 고용한 건물 소방안전관리자에게 과실이 없는 만큼 건물주의 배상 책임은 없다고 봤다.

그러나 업주·부산시의 책임을 1심의 80%에서 90%로 더 무겁게 판단해 배상액을 19억7천만원으로 증액했다.

이날 대법원도 2심 판결이 정당하다고 결론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건물주가 선임한 소방안전관리자는 건물 내 소방시설에 대한 유지·관리 책임이 있다"며 "하지만 건물 내 다중이용업소에 설치된 안전시설에 대한 책임은 없다고 본 대법원의 첫 판결"이라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bangh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