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외고 3학년생들, 명덕외고 등 네 곳 편입학…""한국 대학 가고파"

중국의 한 고등학교 학생 50명이 한꺼번에 서울의 고교 네 곳으로 대거 전학을 와 화제다.

한국의 언어와 대중문화에 익숙한 이들은 기숙사 시설이 완비돼 안전에 문제가 없고 높은 수준의 교사들을 갖춘 한국의 고교들을 골라 서울행을 택했다.

25일 해당 고교들에 따르면 베이징의 신차오(新橋)외국어고 한국어과 3학년 학생 50명은 최근 서울의 명덕외고, 대원외고, 우신고, 미림여고에 편입했다.

신차오외고 측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조기유학 희망을 파악한 뒤 올해 서울을 수차례 방문, 외고 등 특목고와 자율형 사립고등 기숙시설을 갖춘 학교들을 상대로 자교생들의 편입이 가능한지를 타진했다.

여러 학교 가운데 중국어과를 두고 있어 한-중 교육교류에 익숙한 명덕외고와 대원외고 등 외국어고교 두 곳과 자율형 사립고에서 일반고로 최근 전환한 미림여고, 우신고가 신차오외고 학생들의 유치를 결정했다.

이번에 편입하는 중국 학생들은 명덕외고 14명, 대원외고 5명, 미림여고 15명, 우신고 16명이다.

이들 학교 관계자들은 중국 유학생 유치를 위해 여름방학 전 베이징으로 날아가 학생들을 직접 면접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한국어로 수업을 받게 된다.

중국과 학제가 달라서 베이징에서 3학년 과정을 다니던 학생들은 서울에서는 2학년 2학기로 편입을 했다.

14명의 중국 학생이 편입한 명덕외고 경우 중국 전학생들을 영어과와 프랑스어과에 절반씩 분산 배치했다.

중국어가 모국어인 학생들을 중국어과로 편입시키는 것은 학생들이 손쉽게 공부할 방법일지는 몰라도 학생 성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 학생들의 희망을 고려해 이런 방침을 정했다.

이 학교 관계자는 "편입한 학생들은 중국의 외고에서 2년간 집중적으로 한국어 교육을 이수해 한국어로 수업을 받는 데 지장이 없는 수준"이라면서도 "멘토 역할을 하는 한국 학생들을 지정하는 등 빠른 적응을 위한 다양한 편의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랜 기간 유지된 한 자녀 우대정책과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자녀 교육열이 한국 못지않게 뜨거운 중국 학부모들이 자녀의 서울 조기유학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 학교 측의 전언이다.

특히 중국 학부모와 학생들은 유학 대상학교로 결정한 한국 고교들의 높은 시설수준과 학구열, 우수한 교원들에 대해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중국 학생들의 대거 유학이 가능해진 것은 서울 소재 외고의 경우 외국인전형 규정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명덕외고와 대원외고는 외국인 학생을 정원외로 20명씩 선발할 수 있는 전형요강을 적용했다.

학생 충원과 재정 운용 등에 어려움을 겪다가 2015년 자사고 지위를 스스로 포기, 올해부터 일반고로 전환된 미림여고와 우신고의 경우는 마지막 자사고 적용 대상인 2학년에 중국 학생들을 정원 내로 편입시켰다.

그러나 이들 학교가 계속해서 중국인 학생들을 받으려면 규모가 훨씬 적은 일반고 편입 규정(해당 학년 정원의 2% 범위에서 정원 외로 가능)을 적용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중국 고교생들의 집단 유학이 관련 규정과 교육부의 유권해석을 거쳐 결정된 일로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이렇게 대규모로 외국의 한 학교에서 한국 고교들로 편입학한 경우는 처음이지만, 기존에도 외고와 자사고 등에는 소수의 외국 유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