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질병약 '데파킨' 태아 기형 유발률 10%…시민단체 "1967년 이후 피해자 5만∼7만 명"

임신했을 때 복용하면 선천성 기형아를 낳을 위험이 있는 간질병약을 프랑스에서 8년간 1만4천여 명의 임신부가 처방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프랑스 보건복지부는 2007∼2014년 1만4천322명의 임신부가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 '밸프로에이트'가 포함된 간질병약 '데파킨'(Depakine) 처방을 받았다고 24일(현지시간) 발표했다고 현지 주간지 렉스프레스가 보도했다.

간질병 치료에 주로 쓰이며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치료제로도 처방되곤 하는 밸프로에이트는 프랑스에서 사노피가 제조해 1967년부터 데파킨이라는 상표명으로 판매해 왔다.

조사 기간 임신부 1천 명에 2명꼴로 이 약물에 노출됐으며 이런 임신부가 8천701명의 아이를 낳았다고 보건 당국은 보고서에서 밝혔다.

데파킨을 처방받은 임신부는 2007년 2천316명에서 2014년 1천333명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줄었다.

데파킨으로 기형이나 이상 증상을 얻은 어린이가 몇 명이나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프랑스 보건 당국은 이번에 2007∼2014년 8년간 데파킨 처방 사례를 조사했으나 이 약이 판매된 1967년 이후로 조사 기간을 늘리면 피해는 많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관련 민간단체인 Apesac는 "1967년 이후 데파킨이나 각종 약에 함유된 밸프로에이트 피해자가 5만∼7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데파킨 피해자만 사망자 401명을 포함해 2천426명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경련을 억제하는 이 약은 먹으면 태아 중 10%가량에서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수년 전에 나왔으며, 이밖에 정신지체나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마리솔 투렌 보건부 장관은 "올해 안에 의회에서 피해 보상을 위한 조치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2014년에 나온 한 보고서는 모든 유럽 나라들이 밸프로에이트 처방 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며, 대체 약품이 있다면 15∼49세 가임 여성에게 약 처방을 금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