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가 글로벌 서비스산업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부가가치 지식서비스산업으로 높은 고용 창출과 소득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싱가포르 중국 등 주요국들은 관련 시설을 정비하며 마이스산업 패권 전쟁에 뛰어들었다. 전 세계 최첨단 마이스산업 현장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농구경기장과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스테이플스센터 내부. 이선우 기자
농구경기장과 공연장으로 사용되는 스테이플스센터 내부. 이선우 기자
올림픽 3연패를 노리는 미국 남자농구 대표팀과 중국 대표팀의 평가전이 끝난 지난달 24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스테이플스센터(Staples Center). 관중석 3층 스카이박스에 있는 한 남성이 컨트롤 기계의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윙’ 소리와 함께 경기장 맨 아래 1층 관중석이 움직이며 무대가 들어올 공간을 만들기 시작했다. 케빈 리거 앤슈츠엔터테인먼트그룹(AEG) 부사장은 “내일부터 콘서트가 시작되기 때문에 오늘밤 안에 바닥을 포함한 영상, 조명, 음향 시설 공사를 마쳐야 한다”며 “자동화된 시스템 덕분에 2~3시간이면 경기장이 콘서트홀로 변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0만명 몰리는 관광 명소

스테이플스센터 주변 상점과 레스토랑은 경기 시작을 한참 앞둔 이날 오전부터 북적였다. 케빈 듀랜트, 카멜로 앤서니 등 미국 프로농구(NBA) 최고 선수들이 출동하는 평가전을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다.

스테이플스센터는 지난해 300건이 넘는 스포츠 경기와 뮤지컬, 콘서트, 시상식을 열었다. 스테이플스센터를 포함한 사우스파크 일대에 다목적 공연장, 박물관, 레스토랑, 특급호텔 등을 갖춘 ‘LA라이브(LIVE)’가 조성되면서 주변 인프라가 눈에 띄게 업그레이드됐기 때문이다. 리거 부사장은 “최근 3~4년 새 스테이플스센터에서 행사를 열고 싶어하는 기획사나 주최자들이 15~20%가량 늘면서 순서를 기다리는 대기명단까지 관리하게 됐다”며 “스포츠 경기뿐만 아니라 콘서트, 뮤지컬 등 이벤트가 늘면서 지난해 이 주변에 역대 최대인 2000만명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글로벌 MICE 현장을 가다] (1) 미국 LA 라이브, 버튼 하나로…농구장·콘서트홀 자동 변신
◆복합단지 조성으로 시너지

LA라이브는 축구장 15개 크기(10만9000㎡)로 조성된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다. 스테이플스센터와 LA컨벤션센터를 중심으로 마이크로소프트시어터, ESPN스튜디오, 그래미뮤지엄, 클럽노키아, 리갈시네마, 리츠칼튼, JW메리어트호텔이 뭉쳐 하나의 마이스(MICE: 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LA시는 한때 지역의 중심이던 스테이플스센터 주변이 급격한 슬럼화 양상을 띠자 2001년 스포츠·엔터테인먼트 복합지구로 지정하고 LA라이브를 10년에 걸쳐 조성했다.

LA라이브가 문을 열자 외래 관광객은 늘어났고, 관광·마이스산업의 부가가치도 덩달아 올라갔다. 어니스트 우든 주니어 LA관광청 대표는 “LA라이브 조성 이후 관광객이 해마다 2~3% 증가했고 지난해 역대 최고인 4550만명(국내 3880만명·해외 670만명)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LA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LA시는 관광·마이스 분야에서만 202억달러(약 22조40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를 거뒀다. LA지역 호텔은 지난 2년간 매해 호텔세로 1억달러(약 1100억원)를 냈다. 미셸 장 LA컨벤션센터 임대담당 매니저는 “전시장과 회의장 임대 수익이 늘면서 지난해 센터 건립 이후 최대 이익을 남겼다”고 말했다.

LA라이브의 성공 요인으로는 민간 주도의 복합단지 개발과 운영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LA시는 LA라이브를 조성하는 데 시의 역할과 권한을 최소화한 반면 개발권을 아예 민간에 통째로 넘기는 파격적 조치를 했다.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환경영향 평가와 규제완화, 개발사 선정 등의 행정 절차를 단 4개월 만에 마무리해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도 줄여나갔다.

로스앤젤레스=이선우 기자 seonwoo_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