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자 처벌 무산에 대한 항의 표시

도이체방크의 회계부정을 폭로한 내부고발자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제공하는 포상금을 거절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이체방크의 리스크 관리 직원이었던 에릭 벤-아르치는 SEC가 내부고발자 포상계획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포상금을 받지 않겠다는 뜻을 SEC 측에 전달했다.

SEC가 은행 책임자들을 제대로 처벌하지 않은 데 대한 항의의 표시라는 게 거절의 변이다.

벤-아르치는 도이체방크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절정기에 대규모의 파생상품 포지션을 적절히 평가하지 않아 회계를 조작했다는 사실을 폭로해 미국 SEC가 지난해 이 은행에 5천500만 달러(약 615억원)의 벌금을 매기는데 일조한 인물이다.

SEC는 2011년 내부고발자에 대한 포상제도를 도입했다.

내부고발자가 포상금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이체방크의 회계부정을 밝혀내는 데 도움을 준 내부고발자는 여러 명이었지만 SEC는 벤-아르치와 도이체방크의 전직 트레이더인 매트 심슨 등 두 사람에게만 각각 825만 달러(약 92억원)씩을 주기로 했다.

SEC가 이들에게 지급하는 1천650만 달러는 포상제도가 시행된 이후 3번째로 많은 금액이다.

FT에 따르면 벤-아르치와 심슨 외에 제3의 도이체방크 전직 직원이 포상을 신청했으나 자격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고 몇몇 다른 신청자들도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아르치는 FT 여론 면에 기고한 글에서 SEC가 부과한 벌금은 주주들이 아닌, 은행 임원 개개인이 내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SEC와 도이체방크 간부들의 상호 인사 교류가 회계부정 책임자들을 처벌하지 못한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FT는 SEC와 도이체방크 사이에 '회전문'이 있다는 그의 주장이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SEC의 사법부장과 수석 고문이었던 로버트 쿠자미와 로버트 라이스 등은 도이체방크 출신이었고 1998∼2001년 SEC 사법부장으로 일했던 딕 워커가 도이체방크로 자리를 옮긴 것이 대표적 사례라는 것이다.

벤-아르치는 SEC가 제공하는 포상금 825만 달러 전액을 거부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자기 몫은 받지 않기로 했지만, 전처와 그를 도와준 변호사, 외부 전문가들이 요구한 몫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FT는 이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벤-아르치의 몫보다 많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