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구진, 쥐 대상 실험…"학습·기억 관장 뇌세포에 영향"

태아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성인에게도 뇌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연구진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지카 바이러스가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뇌세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

그동안 지카는 주로 태아의 뇌세포에 치명적인 영향을 줘 소두증 태아 출산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아 단계에서 뇌를 만드는 줄기세포 형태의 신경계 전구세포가 지카의 공격을 받으면 뇌의 정상적인 성장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성인들의 신경세포는 지카에 저항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일부 신경계 전구세포는 성인의 뇌에도 여전히 남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지카에 감염된 쥐들의 뇌에서 세포들이 죽어 나가고 학습과 기억을 관장하는 새로운 신경세포들의 증식이 감소하는 현상을 찾아냈다.

공동연구에 참여한 미 록펠러대학의 조지프 글리슨 교수는 "우리는 (성인의 뇌세포도) 태아의 뇌가 지카에 취약한 것과 같은 영향을 받는지에 의문을 품었는데 대답은 '확실히 그렇다'였다"고 말했다.

글리슨 교수는 "지카와 관련한 우려가 대개 임산부에게 국한된다고 생각했다"며 "놀라운 결과"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실험이 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쥐 모델이 인간에게 적용되는지와 성인 뇌세포 손상이 장기적인 신경계 손상으로 이어지는지 등과 관련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WP는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이날 과학학술지 '셀 스템 셀'(Cell Stem Cell)에 소개됐다.

지카 바이러스와 관련한 새로운 위험들이 속속 발견되면서 공포심도 더욱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말 브라질을 중심으로 남미에서 시작된 지카 감염 사례는 지구촌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미국에서도 최근 자생 모기에 물려 지카에 감염된 사례가 늘어나면서 비상이 걸렸다.

이날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플로리다 주의 관광휴양 도시인 마이애미 비치에서 지역 모기가 옮긴 감염 사례가 나오면서 미 보건당국이 이 지역을 추가로 지카 위험 구역으로 지정할지 검토하고 있다.

앞서 마이애미 북쪽 윈우드 구역에서 미국내 서식 모기에 의한 지카 전파가 처음 이뤄진 이후 20명 이상이 지카에 감염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신부에게 해당 지역 방문을 피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