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유력인사 자기편 만들고 정부당국자 환심도 얻어

중국의 차량 호출 서비스 기업인 디디추싱(滴滴出行)이 경쟁사인 미국 우버의 중국법인을 인수한 데는 창업자의 수완이 크게 작용했다고 월 스트리트 저널이 17일 보도했다.

디디추싱은 우버보다 4년 늦은 2012년에 출범했지만, 중국의 차량 호출 서비스 시장에서 치열한 보조금 경쟁을 벌인 끝에 우버에 첫 패배를 안길 수 있었다.

자신감이 지나쳐 보이는 우버의 창업자 트래비스 칼라닉과 달리 디디추싱을 설립한 청웨이(程維) CEO(최고경영자)는 겸손한 성격에다 연장자에게 예의가 바른 인물이다.

주변 인사들은 청웨이가 알리바바, 텐센트 홀딩스의 창업자들을 자기편으로 만들어 조언과 투자를 얻을 수 있었던 것도 그에 대한 호감이 작용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디디추싱은 우버 중국법인을 인수한 직후 미국 애플과 중국 바이두의 투자를 받는데도 성공했다.

이에 대해 서방 기술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고 있는 컨설팅회사 ADG의 한 관계자는 "3개의 인터넷 대기업이 이 분야에서 중국의 강자를 키우기 위해 힘을 실어주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라고 논평했다.

우버가 중국 시장에서 기세를 올리자 청웨이는 텅쉰(騰迅·텐센트)과 알리바바, 레노버의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구했다고 한다.

청웨이 본인이 지난해 재계 모임에서 직접 밝힌 사실이다.

당시 청웨이의 연설을 녹화한 영상을 보면 레노버의 창업자인 류촨즈(柳傳志)는 그에게 게릴라전을 벌일 것으로 권고했고 텅쉰의 마화텅(馬化騰)은 전면 승부를 펼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알리바바 그룹의 창업자인 마윈(馬雲)은 "제국주의는 종이 호랑이다.

한두해 버티다 보면 그(칼라닉)에게 저절로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 청웨이의 회고담이었다.

1983년 중국 장시(江西)성 동부지역에서 출생한 청웨이는 베이징대학 화공학과를 졸업한 뒤 알리바바에서 B2B 전자상거래 담당 세일즈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능력을 인정받아 몇 직급을 뛰어 최연소 지사장에 오를 수 있었다.

당시 그의 상사였으며 디디추싱의 초기 투자자인 왕강(王剛)은 청웨이가 "늘 의욕적이었으며 결코 만족한 적이 없다"고 말하면서 디디추싱의 성공은 청웨이나 자신이 예상했던 것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고 평했다.

시운도 따랐다.

청웨이가 디디추싱을 설립할 당시 알리바바와 모바일 결제 부문에서 경쟁하던 텅쉰은 차량 호출 서비스가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키우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디디추싱에 일찌감치 출자한 것이다.

알리바바에서 일했던 청웨이로서는 어색한 제휴였으나 지난해 알리바바 그룹의 계열사인 콰이디다처를 합병하면서 양자의 관계는 원만해졌다고 디디추싱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전했다.

청웨이는 이해가 충돌할 경우에는 양보도 서슴지 않았다.

디디추싱은 알리바바가 동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로 텅쉰의 지도정보 사업 인수를 접는가 하면 자동차 판매 사업도 축소했다.

청웨이는 레노버 그룹 창업자의 딸이자 골드만 삭스의 간부를 지낸 류칭(柳靑)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영입했다.

그녀는 영어가 유창한 덕분에 디디의 대외사업에서 간판 역할을 했고 애플의 투자를 유치하는데도 공을 세웠다.

디디의 출자자인 GGV 캐피털의 한 관계자는 청웨이가 지난해 그녀를 사장으로 승진시킨 것은 놀라웠다고 말했다.

창업자들이 자존심을 굽히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얘기다.

청웨이는 정부 당국자들의 환심을 얻는데도 성공했다.

디디측은 차량 호출 서비스 관련법이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자 몇 달간 막후 로비를 벌여 피해가 없도록 만들 수 있었다.

청웨이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당국자들을 띄워주었다.

지난해 9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미·중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도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나란히 앉아있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디디의 한 출자자는 "외국 기업과 경쟁할 때는 민족주의가 분명히 좋은 카드"라고 말했다.

청웨이는 디디를 설립한 직후 자신의 개인 블로그에 향후 중국의 3대 트렌드를 도시화와 소비성향의 고급화, 모바일 인터넷 혁명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디디는 이들 3대 트렌드에 걸맞은 기업이 됐다.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