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시간 많아 퇴직 후 동창회 단위 여행·취미·평일골프

1947~49년에 태어난 일본의 베이비붐 세대.
인구가 700여만명이나 되면서 '덩어리'를 뜻하는 단카이(團塊) 세대로 불린다.

이들은 1970년대와 1980년대를 거치며 일본의 성장을 이끌었지만, 지금은 대부분 일선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상대적으로 소비여력이 있는 세대로 꼽혀서다.

일본에서 이들 은퇴 세대의 동창회가 늘어나며 이른바 '동창회소비'가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각광받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8일 전했다.

일본에서는 50대가 되면 독립하는 자녀가 늘고 정년을 눈앞에 두면서 동창회 참여가 증가한다.

60대에 정년퇴직을 하면 각종 동창회는 더욱 증가한다.

이 연배의 동창회 특징은 평등성이다.

대부분 직장을 그만뒀기에 명함교환이 적어지고 고위직, 하위직 구분도 사실상 사라진다.

현역 사장도 은퇴한 이도 동창회에서는 그저 옆자리의 친구일 뿐이다.

동창회를 계기로 소통이 회복된다.

10여년 전 일본의 단체모임은 여성동료 간 모임이 많아 한류(韓流) 비즈니스를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이제 동창회의 주류는 남성동료, 남녀동료이다.

이는 단카이 세대와 포스트단카이 세대가 50, 60대가 되면서 나타난 '세대 효과'다.

전후의 남녀공학제 속에서 단카이 세대는 처음으로 여자가 남자를 군(君)으로 부른 남녀평등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의 동창회는 최근 일본의 소비시장의 한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전국의 골프장은 단카이 세대의 대량 정년퇴직으로 인해 한 때 매출이 축소됐지만, 최근 수년간 전년 매출을 웃도는 골프장이 늘었다.

현역 때보다 전체수입은 줄었지만 연금수입 등으로 시간과 돈이 있는 단카이 세대가 동창회 단위로 주말보다 저렴한 '평일 골프'를 즐기기 때문이다.

동창회의 먼거리 여행은 지방출신자가 상대적으로 많은 대학 동창회에 국한되지 않는다.

초등, 중학, 고교 단위 등 각종 동창회들이 다양한 형태로 여행이나 취미생활을 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도쿄도내의 한 구립중학교의 동창회에서는 조금 먼 곳인 아이치현 메이지무라나 홋카이도에 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남녀가 함께해도 이제는 나이가 많아 문제가 될 것이 없어졌다.

동창여행은 부부 두 사람의 여행에 비해 비용을 억제하려는 경향이 강하기는 하지만, 그 대신 인원수가 많기 때문에 소비 부진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는 중요한 비즈니스로원으로서 의미가 크다.

동창회의 동료 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면 평소보다 젊게 보이거나 화려해지는데 신경을 쓴다.

화장품, 패션이나 디지털 카메라는 물론 호텔, 레스토랑과 각종 여행과 관련된 소비를 창출한다.

이처럼 일본에서는 은퇴한 단카이 세대 동창회 소비가 침체된 개인소비를 살려줄 구세주처럼 인식되고, 관련상품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단카이 세대 대량퇴직이 경제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셈이다.

단카이세대는 60세가 정년이던 2007년부터 은퇴가 시작되자 '기능 경력 단절' 등의 우려가 제기됐고, 정부 세수입이나 소비 감소 우려가 많이 나왔지만 거대한 소비주체로서 새삼 주목받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 tae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