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이후 지지율 첫 두자릿수 차이 패배 관측 나와

미국 공화당의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지지율 고전과 당 분열로 궁지에 몰렸지만 국면을 전환할 카드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민주당 대선주자 힐러리 클린턴에게 두 자릿수 안팎으로 밀리면서 11월 대선에서 큰 격차로 '참패'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오는 상황이다.

미 CNN은 16일(이하 현지시간) 현재 대선 판세와 과거 선거 분석을 토대로 트럼프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완패를 당하는 후보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최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선 한쪽 후보가 일방적으로 밀리는 결과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대선에서 538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332명을 차지했다.

민주당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1992년과 1996년 선거에서 각각 370명, 379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당선됐다.

공화당의 조지 H.W 부시는 민주당 출신의 이들 대통령보다 더 많은 426명을 얻었다.

최근 선거와는 달리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미국에선 한쪽으로 일방적으로 쏠리는 대선 결과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민주당의 프랭클린 D. 루스벨트는 1936년 523명 대 8명(총 득표율 60.8% 대 36.5%)이라는 압도적인 결과로 재선에 성공했다.

당시 공화당 대선후보 앨프 랜던이 승리한 곳은 메인과 버몬트 단 두 곳이었다.

1964년 대선에선 민주당의 린든 존슨(486명) 후보가 공화당의 대선주자 배리 골드워터(52명)를 큰 차이로 눌렀다.

존슨의 득표율은 61.1%였다.

그로부터 8년 후인 1972년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이 52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민주당의 조지 맥거번(17명)에게 대승을 거뒀다.

일각에선 올해 대선에서 트럼프가 40여 년 전 골드워터와 맥거번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 버지니아대 밀러 센터의 니콜 허머는 "골드워터와 맥거번 둘 다 논쟁이 많았던 경선을 거쳐 대선후보가 됐고 당시 그들이 속했던 당은 이념적으로 분열됐다"며 두 후보가 처했던 상황이 현재 트럼프가 겪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강조했다.

트럼프는 경선 과정에서 막말 파문과 당의 분열 속에서 결국 공화당 대선후보 자리에 올랐다.

대선티켓을 거머쥐는 데까진 성공했지만 지난달 '무슬림 비하' 논란과 공화당 내 지지세력 이탈 등으로 현재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트럼프는 승부의 분수령이 될 경합주의 지지율에서 클린턴에 뒤지는 것은 물론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미 애크런대 데이비드 코언 정치학 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클린턴의) 압도적인 승리는 가능하다"며 조지아, 애리조나, 유타 등 공화당 텃밭에서 힐러리의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CNN은 1984년 공화당 소속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59%대 41%로 승리한 이후 32년 만에 트럼프가 10%포인트 이상 패배를 당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뉴욕타임스(NYT)의 여론조사 전문가 네이크 콘은 15일자 NYT 기사에서 "트럼프가 공화당 유권자들을 단합하지 못한다면 클린턴이 압승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사설에서 대통령이 될 기질 측면에서 트럼프가 유권자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클린턴이 압승의 길로 향하고 있는가"라고 전했다.

실제로 공화당 지지성향의 유권자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이 될만한 성품과 기질 면에서 트럼프에게 높은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NBC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서베이몽키가 이달 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중에서 대통령이 갖춰야 하는 기질을 트럼프가 가졌다고 답한 비율은 19%에 그쳤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