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자들이 ‘중동의 화약고’로 불리는 이라크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다. 이라크는 석유 매장량이 세계 5위로 개발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돼왔다.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와 무력충돌한 이후 투자자의 현지 투자심리가 급속히 얼어붙었다. 이라크 국민의 반정부·반부패 시위는 정국 불안을 키웠다.

이라크가 투자자 관심을 끌기 시작한 것은 미국 지원을 등에 업은 이라크 정부군이 IS 격퇴전에서 주도권을 쥐면서다. 사회 불안도 차츰 줄어들면서 대(對)이라크 외국인직접투자(FDI)가 3년 만에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라크로 돌아오는 기업들…GE·IFC도 투자
◆3년 만에 FDI 다시 늘어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지난해 34억달러(약 3조7100억원)에 머물던 이라크 FDI가 올해는 40억달러로 18% 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라크에 대한 FDI는 2013년 51억달러를 넘어섰으나 2014년 IS가 이라크를 포함한 중동 일대에 국가 수립을 선포하고 점령지를 늘려가면서 급감했다.

이라크 정부군은 올 들어 주요 도시에서 IS 세력을 몰아내기 시작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서쪽 50㎞ 거리에 있는 팔루자를 되찾았다. 이 지역은 IS가 근거지로 삼던 요충지였다. IS 최대 근거지인 모술을 탈환할 가능성도 높다.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과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은 바그다드를 연이어 찾아 하이데르 알아바디 이라크 총리에게 지원 의사를 밝히고 560명의 미군을 추가 파병했다. 반정부 시위 역시 약해졌다.

알아바디 총리 재정고문인 무드헤르 살리는 “팔루자와 라마디 탈환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며 “진지하게 이라크 투자를 고려하는 글로벌 기업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미국 간판기업인 제너럴일렉트릭(GE)은 지난 1월 이라크의 전력 인프라를 개선하는 사업에 약 1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GE가 이라크에 투자를 시작한 2008년 이후 최대 규모다. 세계은행 산하 국제금융공사(IFC)는 지난 4월 이라크 전력회사 한 곳에 3억7500만달러를 대출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세계은행이 이라크에 처음으로 대형 자금지원사업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미국 윈덤호텔그룹도 2018년까지 이슬람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주에 두 개의 호텔을 새로 열기로 했다.

◆대규모 투자 이어질까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라크를 지원하기로 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IMF는 지난달 정부지출 삭감, 부패 척결, 세금 인상 등 요구 조건을 내건 53억달러 규모의 구제금융 지원을 발표했다. 2013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 구제금융이다.

세계은행은 경제개혁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석유생산량 증가, 군사적 위협 축소 등과 맞물려 이라크의 국내총생산(GDP)이 올해 7%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등을 중심으로 산유량 동결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45달러까지 오른 것도 이라크 경제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라크에 대한 투자자의 불신이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갈 길이 멀다는 의견도 많다. 이라크 정부 재정상황은 여전히 취약하다. 재정적자는 지난해 GDP의 14.3%에서 올해 15%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IS와의 일전도 남아 있다. IS 최대 점령지 모술을 되찾는 과정에서 수백만명의 피난민이 발생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WSJ는 “외국인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려면 이라크 정부가 관료주의도 서둘러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은행이 평가한 이라크의 투자적합도 순위는 189개국 가운데 161위에 그쳤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