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공약을 '트럼프 세금구멍'으로 불러야" 주장
국외이주 기업엔 '이탈세'…'새로운 획기적 공약은 없어' 지적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이 억만장자에 대한 별도의 과세나 사회기반시설 건설에 특화된 금융기관을 신설하자는 등의 새 경제분야 공약을 제시했다.

클린턴은 11일(현지시간)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근교의 한 공장에서 한 연설을 통해 "(연 소득 100만 달러 이상의 부유층에게 최소 30%의 소득세율을 적용하는)'버핏 룰'을 지지한다"며 "거기에 더해 억만장자에 적용되는 새로운 세금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서 손꼽히는 부자인 워런 버핏이 나서서 고소득자에게 높은 소득세율을 적용하자고 주장하면서 이런 방안은 '버핏 룰'로 불리고 있다.

클린턴은 또 "정당한 세금 납부를 피하려고 본사를 국외로 옮기는 기업에는 새로운 이탈세(exit tax)를 부과하겠다"며 "노동력과 생산시설을 (외국으로) 옮기는 기업에는 (미국) 국내에서 받은 세금 감면분을 반납하도록 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8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감세를 중심으로 제시한 경제공약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클린턴은 "월요일(지난 8일) 연설에서 트럼프는 새로운 세금 구멍을 만들자고 요구했는데, 이제 그것(트럼프의 감세공약)을 '트럼프 세금 구멍'이라고 부르자"며 트럼프를 공격했다.

그는 "더 많은 기업이 이익을 더 많은 사람과 공유하는 것을 돕기 위해 새로운 세금 감면제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클린턴은 "250억 달러의 정부의 초기자금으로 '인프라스트럭처 은행'을 만들면 2천500억 달러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미국에서 도로나 철도, 교량 같은 사회기반시설의 낙후가 사회문제로 번지는 점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자녀 양육에 부담을 느끼는 미국인이 많아지는 점과 관련해 클린턴은 "모든 미국인이 가정 소득의 10%에 해당하는 비용 안에서 양질의 육아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고 말했고, 점점 심해지는 청년층의 학자금부채 문제에는 "소득에 따른 일정 비율로 대출금을 갚도록 하고 재융자와 상환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어 능력 이상의 과도한 부채 상환에 시달리지 않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클린턴은 "100억 달러를 투자해서 제조업 지원기구를 만들고 제조업 지원은 물론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는 데 쓰일 과학기술 연구에 쓰자"거나 "2020년까지 미국의 모든 가정에 초고속인터넷을 보급하자"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연설에서 클린턴은 '시간당 최저임금 15달러'와 비견될 만한 획기적인 구상을 내놓지는 않았고, 고소득자의 재산 중 어떤 부분에 새로운 세금을 얼마나 부과할지와 같은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도 않았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런 점을 사례로 들며 이날 클린턴의 연설에서 새로운 경제정책이 제시되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대신 클린턴이 트럼프의 구상이나 정책들을 공격하는 데 자신의 연설 가운데 많은 부분을 할애했다고 설명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세진 특파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