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120억 달러(약 13조4천억 원)에 달하는 자금을 지원받는 구제금융안에 예비 합의했다.

IMF는 11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3년에 걸쳐 120억 달러 자금을 이집트에 지원하기로 예비 합의를 했다며 이 합의안은 IMF 집행이사회의 승인을 받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AP와 AFP통신 등이 보도했다.

IMF는 또 이집트는 "잠재력이 크고 강한 나라"라면서도 "그러나 시급히 시정돼야 할 문제점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집트 정부는 지난달 30일부터 수도 카이로에 머무는 IMF 대표단과 경제 개혁 프로그램에 관한 IMF 지원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집트는 IMF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대신 IMF가 요구하는 각종 경제 프로그램 추진 여부, 이행 방안, 세부 사항 등을 협상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번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심각한 외화 부족 등을 겪은 이집트 경제가 한층 안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집트는 올해 들어 심각한 외화 부족에 시달렸다.

2011년 초 '아랍의 봄' 발발 이전 360억 달러(약 40조1천억 원)에 이르렀던 외화 보유액은 올해 6월 기준으로 175억 달러(약 19조5천억 원)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지난해 10월 이집트 시나이반도 공항에서 이륙한 러시아 여객기가 테러로 추락해 탑승객 224명 전원이 사망한 이후 관광산업도 큰 타격을 입어 외화 부족이 더 심해졌다.

최근 달러 부족으로 암시장의 달러화 가치가 폭등해 암시장에서의 이집트 파운드화 가치는 공식 환율보다 46% 높게 거래되고 있다.

이집트는 30년간 장기집권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이 축출된 2011년 이후 몇 차례 IMF와 구제 협상을 벌였지만, 모두 정치적 논란 등으로 실무진급에서 무산됐다.

그러나 이집트 정부가 최근 부가가치세(VAT)를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정부 보조금을 삭감하는 등 이미 여러 경제 조치들을 취해 IMF와 협상이 비교적 순조로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해 왔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