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기형 유발률 10% '데파킨'…보건부, 24일 조사결과 발표

임신했을 때 복용하면 선천성 기형아를 낳을 위험이 있는 약을 프랑스에서 9년간 1만 명이 넘는 임신부가 처방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현지 주간지 르 카나르 앙셰네는 2006∼2014년 프랑스에서 1만 명이 넘는 임신부가 태아 기형을 유발할 수 있는 약물 '밸프로에이트'가 포함된 간질약 '데파킨'(Depakine) 처방을 받았다는 사실이 정부 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10일 보도했다.

간질병 치료에 주로 쓰이며 양극성 정동장애(조울증) 치료제로도 처방되곤 하는 밸프로에이트는 프랑스에서 사노피가 제조해 1967년부터 데파킨이라는 상표명으로 판매해 왔다.

지난 2월 프랑스 보건당국은 임신부가 밸프로에이트를 복용하면 선천성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이 있다면서 지난 2006∼2014년 출산하거나 사산된 선천성 기형아 425∼450명이 태어나기 전에 밸프로에이트에 노출됐다고 추정했다.

프랑스 국립의약품건강제품안전청(ANSM)은 지난 1년간 데파킨 처방 현황 및 부작용을 정밀히 조사해 왔다.

경련을 억제하는 이 약은 먹으면 태아 중 10%가량에서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수년 전에 나왔으며, 이밖에 정신지체나 자폐증을 일으킨다는 보고도 있다.

이 때문에 현지 언론은 조사 기간 데파킨으로 인한 기형아가 수천 명에 이를 수 있으며 이 약이 판매된 1967년 이후 복용한 임신부를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많이 늘어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주간지는 프랑스 보건부가 이런 조사결과가 담긴 보고서 발표를 의도적으로 미뤄 왔다고 주장했으나 정부는 이런 주장을 부인하며 애초 계획대로 오는 24일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부는 보고서 결과와 관련한 대응 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최종 보고서와 이에 바탕을 둔 조치는 다음 달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에 나온 한 보고서는 모든 유럽 나라들이 밸프로에이트 처방 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며, 대체 약품이 있다면 15∼49세 가임 여성에게 약 처방을 금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파리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