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의 탄탄한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수도 파나마시티. 파나마시티AFP연합뉴스
파나마의 탄탄한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는 수도 파나마시티. 파나마시티AFP연합뉴스
파나마의 고성장 비결로 첫 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해외 투자 유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파나마가 2003년 이후 중남미에서 투자처로 가장 각광받는 이유로 친기업적 사회 분위기를 들었다.

['경제 모범국' 파나마의 교훈] 탄탄한 인프라·정치권 협치·문 넓힌 이민…'기업 천국' 된 파나마
미국 월가의 투자 전문지 배런스는 기업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파나마 경제시스템이 사회주의적 요소를 강조하는 중남미 국가에서는 드물다고 평가했다. 그런 만큼 해외 기업들의 파나마 내 교통과 물류, 통신 등 사회 인프라 투자는 물론 에너지 부문 투자도 활발하다.

파나마의 지난해 외국인 직접투자(FDI)는 전년 대비 17% 증가한 50억달러에 달했다. 2013년 39억달러, 2014년 43억달러에 이어 3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브라질이나 멕시코 측에서 보면 큰 액수가 아니라고 볼 수 있지만 인구 400만명이 채 안 되는 파나마로서는 식당 종업원과 택시운전사도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숫자다.

개방적인 이민정책도 경제 발전에 상당한 몫을 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인근 남미 국가는 물론 미국 은퇴자도 파나마로 이민을 가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이탈리아와 스페인발(發) 이민 및 취업비자 발급 건수가 미국을 웃돌 정도였다.

파 나마운하가 파나마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무시할 수 없다. 2014년 세계 교역량의 2.3%를 처리하면서 파나마 국내총생산(GDP)의 약 20%를 담당했다. 52억5000만달러를 투입해 지난 6월 말 확장 개통한 파나마운하는 기존 5000TEU(1TEU는 길이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선박의 두 배가 넘는 1만2000TEU 컨테이너선까지 통과할 수 있어 파나마의 경제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매력 소득, 멕시코보다 높아

배런스는 이 같은 정책의 효과가 가파른 경제 성장과 국민소득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나마의 구매력 기준 1인당 국민소득은 지난해 2만2191달러(세계은행 기준)로 멕시코(1만7276달러)와 남미 최대 경제대국 브라질(1만5359달러)의 1.44배에 달했다. 2005년에는 두 나라에 뒤처졌지만 10년 만에 추월했다.

지난 3월 국제통화기금(IMF)은 “파나마는 지난 10년간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가장 높은 경제성장률을 달성했으며 경제와 금융시스템도 상당히 개선됐다”고 평가했다. 경제 전망 역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파나마의 실업률은 올 1분기 2.88%를 기록한 데 이어 2020년까지 2.06%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파나마의 국가부채 비율은 GDP 대비 45% 수준에 불과하다. 지난해 재정적자는 GDP의 2.8%로 떨어졌다. IMF는 중기적으로 재정적자 비율이 1.2%로, 금융을 제외한 공공부문 부채가 35%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기 침체 때 재정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이 크다는 분석이다.

◆협치(協治) 통한 경제성장

파나마를 이끌고 있는 후안 카를로스 바렐라 대통령은 2014년 5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제2 야당인 파나메니스타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파나메니스타당은 의회 의석 기준으로는 세 번째인 소수당이다. 정치권의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파나마의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의지가 전혀 예상치 못한 후보의 당선으로 이어졌다.

배런스는 “하지만 파나마는 정치적 갈등과 반목으로 경제에 발목이 잡힌 다른 중남미 국가와 달리 과거 여당, 제1 야당과의 ‘협치(協治)’를 통해 안정적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파나마는 최근 10년간 정권을 바꿔가며 세 번째 대통령이 통치하고 있지만 성장률은 탄탄하다. “정권이 바뀌더라도 이전 정부가 추진한 경제개발 관련 주요 프로젝트는 차질없이 진행돼 왔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수 의석을 확보한 야당이 정부에 적극 협조하고, 해외 투자 유치와 경제성장을 위한 입법에도 발목을 잡는 일이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파나마 경제에도 불안 요소는 있다. IMF는 글로벌 저성장으로 교역량이 줄면서 파나마운하의 통행료 수입이 감소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