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라모스(88) 전 필리핀 대통령이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정부 특사로 8일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특사단은 라파엘 알루난 전 내무장관, 언론인 치토 로마나, 중국어에 능통한 라모스 전 대통령의 손자 샘 존스로 구성됐다고 필리핀통신(PNA)은 전했다.

특사단은 베이징에서 중국 정부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지만 구체적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주자 이틀 뒤에 라모스 전 대통령을 중국에 특사로 보내 남중국해 문제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PCA 판결을 거부하는 중국과 필리핀을 대신해 판결 이행을 압박하는 미국·일본의 대립으로 남중국해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필리핀 '남중국해 특사'의 첫 방중이 어떤 성과를 낼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라모스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시절은 물론 1998년 퇴임 이후에도 중국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은 베니그노 아키노 전 정부가 2013년 남중국해 문제를 PCA에 제소한 이후 중국과 날 선 대립각을 세워왔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키노 전 정부와 달리 남중국해 사태에 대한 중국과의 대화 필요성을 제기하며 평화적 해결과 관리를 위한 해법 모색을 강조했다.

필리핀 새 정부는 PCA 판결이 나오기 전에 중국과 남중국해 자원을 공유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히기도 했다.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지난달 15∼16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열린 제11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아셈·ASEM)에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을 때 PCA 판결을 배제한 채 중국과 대화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필리핀은 자국 어민들이 남중국해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 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 해역에서 조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PCA 판결 이행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반면 중국 정부는 필리핀과 양자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면서도 PCA 판결을 수용할 수 없다는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필리핀 특사단과 중국 측이 첫 대면에서 서로의 입장을 재확인하며 팽팽한 '기 싸움'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중국도 관계 개선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양측이 과거와 달리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