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아르헨티나 후보, 러시아는 불가리아 후보 각각 지지"

차기 유엔 사무총장을 뽑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비공개 2차 투표가 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가운데 '세계 대통령' 자리를 놓고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AFP통신에 따르면 15개 안보리 이사국은 이날 차기 총장 후보들에 대한 의견을 표명하는 두 번째 비공개 투표를 한다.

이사국은 각 후보에 대해 '권장'(encouraged), '비권장'(discouraged), '의견 없음'(no opinion) 가운데 하나를 택한다.

지난달 말 이뤄진 1차 투표에선 포르투갈의 안토니우 구테헤스(67) 전 유엔난민기구 최고대표가 '권장' 의견을 12표 받아 12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나머지 3표는 '의견 없음'이었다.

다닐로 튀르크 전 슬로베니아 대통령이 11표의 '권장' 의견으로 구테헤스 뒤를 이었다.

튀르크 전 대통령은 '비권장' 의견도 2표 받았다.

베스나 푸시치 크로아티아 전 외교장관은 '비권장' 의견을 11표나 받고 꼴찌를 기록하자 하차를 선언했다.

1차 투표만 놓고 봤을 때 구테헤스가 차기 사무총장으로 유력해 보이지만 속단하기는 아직 이르다.

안보리는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 1명을 지명해 총회에 상정하는데 안보리 상임 이사국 5개국(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영국)이 최종 투표에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엔 외교가에선 사무총장 경쟁이 미국과 러시아의 대리전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유엔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지정학적인 영향력 등을 고려해 여성인 수사나 말코라 아르헨티나 외교장관을 차기 사무총장으로 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러시아는 동유럽 국가 후보들을 지지하는데 특히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불가리아)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탈리 추르킨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다른 지역 출신 후보들도 훌륭하다고 알고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동유럽 출신 후보를 지지하는 게 러시아의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지지하는 불가리아 후보는 상임 이사국인 미국과 영국이 꺼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 투표 때 보코바가 받은 4표의 '비권장' 가운데 2개는 미국과 영국이 던진 것이라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추르킨 대사는 사무총장이 뽑히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며 2차 투표 때 바로 윤곽이 드러나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미국 전직 고위급 관리도 폴리티코에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타협 분위기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차기 총장 후보의 이름은 오는 10월께 공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안보리의 지명을 받은 후보는 총회의 인준 절차를 거친 후 내년 1월부터 반기문 사무총장의 후임 업무를 맡는다.

(서울연합뉴스) 김남권 기자 kong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