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5개월만에 금리 0.25%로 인하…연내 추가 인하 가능성 열어둬
국채매입 88조 추가·회사채 매입 15조·은행에 147조 저리대출
회의록 "올 하반기 GDP 성장 멈출 듯"…3분기 0.1% 성장 전망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이 영국의 유럽연합(EU) 이탈(브렉시트·Brexit) 결정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시중에 250조원의 돈을 푸는 경기부양에 나섰다.

영란은행은 4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통화정책위원회(MPC) 회의 결과에서 "경기부양을 위한 조치들을 담은 패키지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영란은행은 먼저 기준금리를 0.5%에서 0.25%로 내렸다.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7년 5개월 만이다.

영란은행은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인 2009년 3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0.5%로 내린 이후 지금까지 계속 동결해왔다.

또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은행들이 영란은행으로부터 기준금리에 가까운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최저대출제도(TFS)'를 시행하기로 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프로그램이 최대 1천억파운드(약 147조원)로 운영된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현재 국채를 대상으로 하는 자산매입(양적 완화) 프로그램의 한도를 향후 6개월 동안 600억파운드(약 88조원) 추가해 4천350억파운드(약 638조원)로 확대했다.

이밖에 영란은행은 100억파운드(약 14조7천억원) 규모로 하는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을 1년반 동안 시행하기로 했다.

국채 추가분과 회사채 신규분을 합쳐 총 700억파운드(약 102조원)의 자산매입을 더 하기로 한 것이다.

시중은행에 대한 저리대출을 포함하면 모두 250조원의 돈풀기에 나선 것이다.

영란은행은 성명에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이후 영국 파운드화가 하락했고 중·단기 경제 전망이 "현저하게" 나빠졌다고 경기 부양 조치들의 배경을 설명했다.

영란은행은 "올 하반기에 국내총생산(GDP)이 거의 성장하지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특히 영란은행은 추가 금리 인하 등 추가적인 조치에 나설 가능성을 열어놨다.

영 란은행은 "통화정책위는 금리 인하, 최저대출 확대, 자산매입 확대 등을 추가로 할 수 있다"면서 "향후 지표들이 8월 인플레이션 보고서에 담긴 전망치들과 부합하면 기준금리를 사실상 더 낮은 방향으로 연내 추가로 내리는 것을 다수 위원들이 지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사실상 더 낮은 방향'에 대해 "제로에 가까운 플러스 수치"라고 밝힌 뒤 "나는 마이너스 금리 팬은 아니다"고 덧붙여 마이너스 기준금리 가능성은 일단 배제했다.

카니 총재는 "예고 지표들이 급락했고 대부분은 금융위기 당시 보던 수준으로, 일부는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며 "경기 전망이 뚜렷하게 변했다"고 말했다.

영란은행은 이번 3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를 0.1%로 제시했다.

내년 전망치는 기존 2.3%에서 0.8%로, 2018년은 2.3%에서 1.8%로 각각 낮췄다.

전날 발표된 마킷/CIPS 서비스 구매관리자지수(PMI)는 브렉시트 결정 이후 영국 경제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서비스 PMI가 지난 6월 52.3에서 7월에 47.4로 떨어졌다.

이는 2009년 3월 이래 최저치다.

지수가 50 미만이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다.

서비스 PMI 수치가 50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12월 이래 처음이다.

특히 전월 대비 하락폭은 이 조사가 시작된 1996년 7월 이래 최대치다.

서비스는 영국 경제의 80% 가까이 차지하는 영국 경제의 주력 부문이다.

한편 영국 파운드화는 이날 기준금리 인하 등의 발표에 1.5% 가량 급락해 파운드당 1.3145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