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트럼프, 한심할 정도로 나라 이끌 준비 돼 있지 않아"
트럼프 "'실패한 지도자' 오바마와 힐러리가 대통령에 부적격"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일(현지시간) '대통령 자질론'을 놓고 정면으로 충돌했다.

상대를 향해 "대통령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맹공을 퍼부으며 가시 돋친 설전을 주고받은 것이다.

'힐러리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먼저 포문을 열면서 대선정국의 한복판에 섰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한 자리에서 트럼프의 '무슬림 비하'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기다렸다는 듯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가를 위해 엄청난 희생을 한 '골드 스타 패밀리스'(Gold Star families·미군 전사자 가족모임)를 공격할 수 있다는 생각, 유럽·중동·아시아의 중요한 이슈에 대한 기본지식조차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실, 이런 것들은 트럼프가 한심스러울 정도로 이 나라를 이끌 준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런 것은 내 의견이 아니다.

흥미로운 것은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 그리고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같은 공화당 상원 지도부들로부터 트럼프에 대한 그런 비난이 나오고 있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이것(트럼프 발언 논란)은 에피소드로 치부할 수 있는 그런 실수가 아니다.

공화당 지도부가 매일 그리고 매주 트럼프의 발언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어 "그들(공화당 지도부) 스스로 자문해 봐야 한다"면서 "트럼프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매우 강한 톤으로 반복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왜 여전히 그를 지지하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즉각 긴급 성명을 내고 "오바마 대통령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함께 세상을 불안정하게 하고, 덜 안전한 곳으로 만든 외교정책을 창안한 낸 실패한 지도자"라면서 "대통령에 부적합한 사람은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고, 클린턴 역시 똑같이 부적합하다"고 받아쳤다.

트럼프는 "오바마와 클린턴은 중동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 이라크와 리비아, 시리아를 '이슬람국가'(IS)의 손에 넘겨줬으며 리비아 벵가지에서 우리 미국 사람들이 살해되도록 내버려뒀다"고 주장했다.

또 "그들은 이란이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도록 만들었고, 10여 명의 참전용사가 절대 도착하지도 않을 의료 치료를 기다리며 죽어가게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어 "클린턴은 불법 이메일 서버로 나라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고 심지어 범죄 기록을 삭제하고 이와 관련해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함으로써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들은 (지난해 7월 샌프란시스코 부두에서 멕시코 불법이민자의 총에 맞아 숨진) 케이트 스타인리 또는 사라 루트처럼 무고한 시민을 연이어 죽이는 외국인 범죄자들을 석방해 이들이 다시 우리나라로 들어올 수 있도록 했고, 또 나중에 테러 연계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진 이민자들을 계속해서 수용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이와 함께 "오바마와 클린턴의 경기회복 실적은 대공황 이후 최악이다.

그들은 글로벌 특별 이해그룹을 달래고자 최상의 미국 일자리 수백만 개를 외국으로 이전했다"면서 "그들은 우리의 국가안보와 노동자를 배반했고, 특히 클린턴은 어떤 공직에도 부적격자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는 앞서 민주당 전당대회 마지막 날인 지난달 28일 힐러리 클린턴 후보 지지 연사로 나선 무슬림계 미국인 변호사 키즈르 칸 부부의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무슬림 비하로 비칠 수 있는 발언을 해 현재 당 안팎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키즈르 칸이 2004년 이라크에서 복무하다가 자살폭탄테러로 숨진 아들 후마윤을 거론하며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 금지 정책을 비판하자 트럼프는 "그들이 악의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는 반박과 함께 연설 당시 무대 위에 있던 그의 부인이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것을 두고 "어머니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은 (여성에게 복종을 강요하는 이슬람 전통 때문에) 발언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해 논란을 촉발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