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정치자금 문제에 실무형보다 개혁 이미지 지지
아베 라이벌 지지, 자민당 도쿄지부 비판…정치적 영향력 확대 계기
여권 2020년 도쿄올림픽 앞두고 관계 설정 고심할 듯


여성 최초로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 자리에 오르는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후보는 쇄신을 강조함으로써 구태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의 마음을 잡은 것이 결정적 승리 요인으로 보인다.

앞선 2명의 도쿄 지사가 정치자금 문제로 잇달아 사임한 가운데 고이케 후보는 철저한 정보 공개와 지사 월급 삭감 등 개혁을 내세우며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다.

최근 도쿄지사 선거에서는 나중에 출마 계획을 발표한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고이케 후보는 초반에 치고 나서는 전략을 구사했다.

과거 환경상 시절 여름철 간소복인 이른바 '쿨비즈' 복제를 도입했고 공립 보육원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생활 밀착형 정책을 내건 것도 호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후보는 이번에 출마 선언을 하면서 당선되면 '도쿄도 의회를 해산하겠다'며 다소 황당한 계획을 내걸거나 자민당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 되자 자민당 도쿄도지부연합회가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불투명하다'고 비판하는 등 이른바 '극장형 정치'를 시도한다는 지적을 사기도 했다.

그럼에도 일련의 움직임은 그가 도쿄도 행정을 쇄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낳은 것으로 보인다.

고이케 후보에게 투표한 40세 여성 회사원은 "(공립 보육원에 들어가려고) 대기하는 아동 문제는 절실하다"며 "여성이 지사가 돼 도정을 새롭게 하면 좋겠다"고 교도통신에 밝혔다.

집권 자민당은 장고 끝에 실무형·안정형 인물인 마스다 히로야(增田寬也·65) 전 총무상을 후보로 내세웠으나 유권자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그는 각료 경험 외에도 이와테(岩手)현 지사를 12년간 역임하는 등 지방 행정의 달인이지만 정권 차원의 지원을 등에 업고도 여걸 고이케 후보를 결국에는 넘지 못했다.

4개 야당이 단일 후보로 지원한 도리고에 ?타로(鳥越俊太郞·76) 후보는 유명 언론인 출신으로 인지도는 높았으나 인기가 모두 표로 이어진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번 선거 결과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민당은 고이케 후보의 지지 요청을 거부하고 마스다 후보를 지원했기 때문이다.

고이케 후보는 아베 총리가 재집권하기 직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강력한 라이벌이던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지방창생담당상을 지지했고 이 때문인지 이후 요직에 기용되지 못했다.

이처럼 정권과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온 고이케 후보가 수도의 수장에 취임하게 됨에 따라 그의 결정이 아베 총리의 정국 구상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주경기장 건설을 비롯해 2020년 도쿄올림픽 개최 준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며 올림픽 개최를 즈음해 실시될 차기 도쿄지사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아베 총리나 여권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도쿄 지사와의 협력이 필요하므로 아베 정권이 고이케와의 관계 설정에 고심할 것이라고 교도통신은 보도했다.

고이케 후보 본인은 부정하지만 그를 중심으로 한 신당 설립이 추진된다는 설까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이케 후보는 첫 여성 도쿄 지사로서 크게 주목을 받을 것이 확실하며 일반 현안에 관한 그의 발언도 일정한 영향력을 지닐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고이케 후보가 전임 마스조에 요이치(舛添要一) 지사가 추진한 제2한국학교 부지 제공 구상을 백지화하겠다고 한 만큼 이를 잘 풀어가는 것이 숙제가 될 전망이다.

이밖에 서울시와 도쿄도가 양국을 대표하는 도시라는 점에서 고이케 지사가 어떤 노선을 택하는지에 따라 양측 교류 방식은 한일 우호의 촉매제가 될 수도 있고 걸림돌이 될 수도 있어 주목된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sewon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