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심상치 않은 미국 경제…'보호무역과 환율전쟁' 거세진다
올 2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전분기 대비·연율)이 1.2%로 발표됐다. 시장 전망치(2.6%)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전분기 추계 방식의 단점인 ‘기저 효과’를 감안하면 1분기(0.8%)에 비해 나아진 것이 없다. 이 여파로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95대로 주저앉았다. 역외선물환(NDF)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13원으로 급락(원화 가치는 급등)했다.

분기별 미국 경제성장률을 보면 작년 2분기를 정점으로 추세적인 하락세다. 미국경제연구소(NBER)는 성장률과 같은 분기 지표의 경우 두 분기 추이로 경기를 판단한다. 2분기 성장률이 당초 예상치보다 낮게 나옴에 따라 ‘정점론’과 ‘소프트 패치(경기 회복 뒤 일시적 부진)’ 간 경기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성장과 고용, 물가, 국제수지 등 특정국의 경제 건전도를 평가하는 4대 거시지표로 미국 경기를 진단해 보면 종전의 ‘정형화된 사실(stylized facts)’이 깨지고 있다. 2차대전 이후 실증자료를 분석해 보면 성장률이 둔화하면 무역적자가 줄어들고 실업률은 오르지만 물가상승률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성장 둔화 속 실업률은 떨어져

하지만 최근에는 성장률 둔화 속에 실업률이 떨어지고 물가상승률은 정체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월별 기복이 있으나 실업률은 완전고용 수준(4%대)에 도달한 지 오래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금리 조정을 위해 가장 중시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core PCE) 물가지수는 지난 2월 1.7%까지 오른 이후 3개월 동안 1.6%에 머물러 있다.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음료품 가격을 제외한 지수다.

미국 무역적자도 다시 확대 추세다. 올해 5월 무역적자는 411억달러로 작년 8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같은 달 재정적자는 530억달러로 월간 규모로 다시 500억달러를 넘어섰다. 무역적자가 재정적자를 유발하는 1980년대 초 레이건 정부 시절의 ‘쌍둥이 적자론’이 그대로 재연되고 있는 셈이다.

4대 거시지표 중 가장 양호한 것이 실업률이다. 하지만 실업률 하락조차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벤 버냉키, 재닛 옐런 전·현직 Fed 의장이 주도해온 비(非)전통적 통화정책의 효과라는 분석에는 회의적 시각이 많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은 ‘제로 금리’와 ‘양적완화’가 대표적이다.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효과가 나타났다면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했을 때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

금융위기 이후 비전통적 통화정책 효과를 반영한 거시경제 모형(DSGE, 충격 발생 때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으로 충격 완화에 도움이 된다는 가정 전제)의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면 그 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나온다. 실업률이 다른 요인에 의해 떨어졌다면 완전고용 수준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금리를 추가로 올리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소프트 패치냐, 대침체기냐

종전의 회복기(1990년 이후 다섯 차례)와 비교해 보면 옐런이 Fed 의장으로 취임한 이후의 회복기는 총수요 면에서 소비, 투자, 수출 등 모든 항목과 총공급 면에서 노동, 자본, 총요소생산성 등 생산함수 구성 항목이 모두 부진한 것으로 나온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교수 등이 ‘대침체기’를 주장하는 근거다.

월가에서 ‘2차 침체기’가 언제 올 것인지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옐런 의장이 취임한 이후 미국 증시는 재차 ‘대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최근 3대 지수(다우, S&P500, 나스닥)는 번갈아 사상 최고치 혹은 연중 최고치 행진을 벌였다. 그러나 실물경기 면에서 총수요와 총공급 항목이 받쳐주지 않는 여건에서 유동성에 의해 오른 주가는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언제든지 폭락세로 돌변할 가능성을 안고 있다.

미국 경제는 단기적으로 ‘정점론’과 ‘소프트 패치론’, 중장기적으로 ‘대안정기’와 ‘대침체기’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단기와 중장기 시각을 조합하면 1)정점론→대안정기 2)정점론→대침체기 3)소프트 패치→대안정기 4)소프트 패치→대침체기 등 네 가지 시나리오가 나온다.

올 2분기 성장률이 낮게 나옴에 따라 ‘시나리오 1’의 실현 가능성은 완전히 물 건너갔다. 추가 금리 인상은 의외로 오랫동안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성장과 물가가 정체되는 속에 무역적자가 커지는 여건상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근린궁핍적인 달러화 강세다. Fed의 계량모델인 ‘퍼버스(Ferbus=FRB+US)’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상승하면 2년 후 미국 경제성장률은 0.75%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온다.

앞으로 글로벌 환율전쟁과 보호무역주의 물결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