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성들은 차기 대통령으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더 많이 지지하지만, 중년의 백인 여성으로 한정해 지지율을 보면 도널드 트럼프가 더 높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7일(현지시간) NBC 뉴스와 함께 이번 달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전체 여성의 지지율은 클린턴 전 장관이 높지만 35세부터 65세까지의 중장년 백인 여성층에서는 트럼프의 지지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유권자로 등록된 미국 여성 중 52%가 클린턴 전 장관을 지지해,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보다 15%포인트 높았다.

하지만 35∼49세 백인 여성의 지지율은 트럼프가 51%. 클린턴 전 장관이 34%로 반대 결과가 나왔다.

또 50∼64세 백인 여성의 지지율도 트럼프 54%, 클린턴 전 장관 36%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런 결과를 소개한 뒤 여성의 지위 향상이 너무 많은 분야에서 진행되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일부 여성들은 또 다른 유리 천장 깨기에 무관심하다면서 이런 현상이 클린턴 전 장관에게 문제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의 여성들은 남성보다 더 많이 대학을 졸업하고, 10가구 중 4가구에서는 여성이 생계비를 벌 정도로 여성의 지위는 높아졌다.

여성이 미국 최대 자동차제조업체인 제너럴모터스와 펩시콜라, IBM 등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26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로 지명돼 미국 여성의 유리 천장에 가장 큰 금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기념비적인 성과가 중장년 백인 여성에게는 큰 감명을 주지 못하고 있다.

젊은 시절 테니스 여왕이었으며 현재 클린턴 전 장관 지지자인 빌리 진 킹은 "버락 오바마가 첫 흑인 대통령이 될 때 미국인이 열광했지만, 클린턴 전 장관이 첫 여성 대통령이 되는 데 대한 흥분이 없는 게 나에게 가장 큰 문제"라고 털어놓았다.

한편 클린턴 전 장관은 공화당 소속을 포함한 18∼34세의 젊은 여성(지지율 66%)과 65세 이상 여성(지지율 56%)에게서 가장 높은 지지율이 나타났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박성제 특파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