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건설사 관계자 "북한 근로자 일할 때 주급 200유로씩 받아가"

"북한 노동자들은 성실하고 좋은 사람들이었지만 자기들끼리만 어울리고, 농담을 해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등 사실상 고립된 생활을 했습니다."

28일 몰타섬 중부 모스타 지역에 위치한 건설회사 '라이트 믹스'.
몰타 노동당 전 국회의원을 지낸 조지 가트와 그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이곳에서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이라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듯 보였지만 이따금 들락거리는 레미콘 차량의 굉음이 한낮의 적막을 갈랐다.

불과 2개월 전까지 북한 노동자 15명가량이 일하던 터전이었으나 이날 북한 노동자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몰타 정부가 체류 기한이 만료된 북한 노동자에게 체류 연장을 불허하는 방식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사실상 추방 조치한 데 따른 것이다.

공장 건물 한 켠에 마련된 사무실에서 레미콘 운전자들에게 일당을 계산해주고 있던 이 회사 고참 직원 조너선은 "북한 노동자들이 15명쯤 이곳에서 일을 했으나 5월 말에 한꺼번에 그만뒀다"고 전했다.

25년째 이 회사에 몸담고 있다는 그는 "우리 회사가 요즘 일감이 많지 않아 경영진이 북한 노동자들과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 같다"며 "이들 중 일부는 몰타에 머물면서 다른 건설 회사 등에 일자리를 알아보려 했으나 체류증 갱신 등에 어려움이 있어 곧 북한으로 들어가려 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연령대가 20∼50대에 걸쳐 있었고, 건물을 세울 때 필요한 콘크리트 안에 들어갈 철을 만드는 작업을 하거나 가끔 지붕을 만드는 일에도 동원됐다.

그는 "북한 근로자들이 주로 리비아 대사관을 통해 비자를 받고 들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처음에는 손이 너무 느려 몰타인들이 8시간이면 다 끝낼 작업을 제 때에 못해 야근을 자주 했다.

대부분이 영어를 못했지만 영어를 할 줄 아는 감독자 1명이 통역 역할을 해줘 일을 같이 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 노동자는 3년 넘게 몰타에 머무는 사람도 있었지만 감독자 역할을 하는 사람은 매년 교체됐다"며 "감독자가 북한 노동자들의 돈 관리부터 숙소 관리, 출퇴근 관리까지 모든 것을 도맡아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그는 북한 근로자들이 최저 임금에도 못미치는 월급을 받고, 야근을 해도 제대로 수당을 받지 못했다는 일부 몰타 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북한 근로자들도 몰타 노동자들과 똑같이 200유로의 주급을 받아갔다"며 "노동자들이 이 돈의 일부만 손에 쥔 채 나머지는 감독자에게 상납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해외의 북한 노동자들은 일반적으로 정식 월급의 3분의 1정도만 손에 쥔 채 나머지는 북한 정권에 강제로 상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또 "북한 노동자들과 의사소통은 비록 잘 안됐지만 이들이 정직하고, 좋은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다만, 밥을 먹을 때에도 몰타인 동료들과 어울리는 법 없이 자기들끼리 한쪽에 모여서 먹고 농담을 해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등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갇혀있는 듯한 삶을 사는 것 같았다.

마치 40∼50년 전 몰타 사람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몰타는 1971년 국수주의 성향의 좌파 노동당이 정권을 잡은 이후 외국 제품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탓에 외국에 나갔다 들어올 때 초콜릿을 옷속에 몰래 숨겨 오는 등 한 동안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를 겪었다.

이곳에서 일하는 또 다른 50대 노동자는 "절제할 줄 알고, 규율이 있어서 북한 동료들을 좋아했다"며 "아마 비자 문제만 해결되면 고용하고 싶어하는 이곳 업주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모스타<몰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