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개발 선두업체 테슬라사의 지난 5월 사망사고를 계기로 자동운전 자동차의 안전성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의 사고를 막는 데는 인공지능(AI)과 함께 정밀도 높은 차세대 3차원(3D)지도 개발이 관건으로 꼽힌다.

3D 지도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사람이 운전하는 데 비유하자면 잘 아는 길에서 운전하는 것과 난생처음 가는 길을 운전하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 최근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의 사망사고도 3D 지도가 있었다면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게 도쿄대와 나고야대학에서 자율주행 차를 연구하는 가토 신페이 교수의 설명이다.

테슬라의 사망사고는 신호등이 없는 네거리에서 맞은편 차선에서 좌회전하는 트럭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들이받는 바람에 발생했다.

테슬라 대표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에 따르면 트럭의 짐칸을 도로안내판으로 잘못 인식한 것이 사고 원인이다.

이때 사고가 난 사거리에 도로안내표지가 없다는 걸 알려주는 밀도 높은 3D 지도가 있었다면 "이런 오인은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3D 지도에는 각종 교통표지와 신호기의 위치 등 도로 주변의 모든 3차원 위치정보가 정확하게 들어간다.

네온사인과 겹치는 신호등, 가로수에 가려 보이지 않는 교통표지, 도로 옆의 장애물 등 사람이 운전하더라도 보지 못하거나 잘못 보기 쉬운 것들이 많다.

강한 역광이나 비가 내리는 날씨 등이 겹치면 카메라와 센서가 인식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때 안전성을 높여주는 게 3D 지도다.

3D 지도는 기존 지도보다 정밀도가 훨씬 높다.

현재 자동차 내비게이션의 지도는 2천500분의 1 축도가 일반적이다.

실제 도로에 적용하면 "1.75m 정도의 오차가 있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기존 내비게이션에도 3D 표시가 가능한 기종이 있지만, 오차는 마찬가지다.

이에 비해 고정밀도의 3D 지도의 오차는 몇 ㎝에 불과하다.

가드레일이나 인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경계석 등의 위치도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좁은 길에서 스쳐 지나갈 때도 대처할 수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세계의 모든 자동운전 자동차 관련 업체들이 고정밀 3D 지도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종전의 디지털지도는 기존 지도를 가공해 만들지만, 자율주행 자동차용 3D 지도는 지도 자체를 처음부터 새로 만들어야 한다.

항공사진 등으로는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업체들은 자동차에 카메라와 센서를 탑재하고 도로를 달리면서 3D 지도를 만드는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지도회사와 측량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일본 최대의 지도정보회사인 젠린은 2020년 완성을 목표로 이미 고속도로 계측에 착수했다.

디지털 지도메이커인 인클리멘트P사는 8월부터 가나자와대학과 실증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며 측량회사인 아이산테크놀로지사는 작년부터 3D 지도작성 서비스 실험을 시작했다.

자동차 메이커들도 나서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시판차에 탑재한 카메라와 GPS를 이용해 고정밀 지도를 자동으로 만드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을 이용하면 수시로 데이터 수집과 갱신이 가능해진다.

닛산자동차도 비슷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업계의 연대도 이뤄지고 있다.

미쓰비시전기와 젠린 등 지도회사가 중심이 돼 지난 6월 도쿄에 다아나믹맵기반기획을 설립했다.

도요타자동차 등 일본 주요 자동차 메이커 9개사가 3.3%씩 출자했다.

이 회사는 내년 중 3D 지도의 통일사양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국제경쟁도 치열하다.

독일 아우디와 BMW, 다임러는 작년 말 공동으로 대표적 지도정보 서비스 업체인 독일 히어를 28억 유로(약 3조4천899억 원)에 인수했다.

종합부품 메이커인 보쉬도 네덜란드 내비게이션 업체인 톰톰과 제휴해 자동운전용 디지털지도 공동개발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 업계는 3D 지도 개발에서 일본이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쓰비시전기가 개발한 '모빌 맵핑 시스템(MMS)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10여 년간 측량현장에서 다듬어온 위치정보의 정확성이 장점이다.

자동차를 달리게 하는 것만으로 지도를 만들 수 있다.

GPS보다 100배 이상의 정밀도를 자랑하는 일본의 GPS 위성인 준텐초(準天頂) 위성을 이용한다.

외국제 측량기기는 조건에 따라 1m 정도의 오차가 생기지만 미쓰비시전기는 오차를 몇㎝ 이내로 줄일 수 있다고 한다.

표시대상물의 실제 색깔 정보까지 표시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문제는 누가 3D 지도의 표준화 주도권을 쥐느냐다.

일본은 국제표준화기구(ISO)에 국제규격을 제안했지만, 히어와 톰톰, 다임러 등 11개사가 공동으로 독자적인 형식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3D 지도 표준화에서 주도권을 잡으면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경쟁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lhy5018@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