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장 폭탄 시리아·열차 도끼난동 아프간·뮌헨 총격 이란계 소행
"난민 열심히 도왔으니 이런일 없을 줄로만…독일인은 겁에 질려있다"


독일에서 난민·이민자 출신이 저지른 대형 인명살상 사건이 잇따르면서 독일 사회가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앙겔라 메르켈 정부가 펼친 관대한 난민정책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으며 치안을 위해 군대를 동원해야 한다는 개헌론까지 논의되고 있다.

독일에서는 지난 18일 바이에른주 통근열차에서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17세 청년이 도끼를 휘둘러 5명을 다치게 한 데 이어 22일 이란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18세 독일인 청년이 뮌헨 맥도날드·쇼핑몰에서 총격으로 10대 7명을 포함한 9명을 살해했다.

24일에도 남서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로이틀링겐에서 시리아 출신 난민(21)이 흉기를 휘둘러 임신한 여성 1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역시 바이에른주에 있는 뉘른베르크 옆 안스바흐의 노천 음악축제장 인근에서는 난민신청을 거부당한 시리아인의 소행으로 추정되는 폭발이 일어나 12명이 다치면서 사회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독일 당국은 이 가운데 뮌헨 총격은 정신병력이 있는 외톨이 학생의 개인적 범행으로 이슬람 극단주의자의 테러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고 있으며 로이틀링겐 흉기 난동 역시 개인적 동기에 따른 '치정극'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범행 동기를 떠나 난민이나 이민자 가정 출신 청년이 시민들을 향해 벌인 극단적인 범행 자체가 던진 충격이 워낙 큰 터라 다른 유럽 국가보다 관대한 정책을 펼쳐 난민을 대거 수용한 메르켈 정부는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독일 반(反)난민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작센안할트주 대표 안드레 포겐부르크는 뮌헨 총격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유가족과 부상자들에게 위로를, 책임을 져야 할 메르켈주의자와 멍청한 좌파들에게 역겨움을 표한다"며 "메르켈, 독일과 유럽에 테러를 가져다줘서 고맙다"고 비아냥댔다.

AfD는 그보다 앞서 도끼 난동이 벌어졌을 때도 "메르켈 총리의 난민 환영 정책이 너무 많은 젊고, 교육을 못 받았고, 급진적인 무슬림 젊은이들을 독일로 데려왔다"고 비난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무슬림이 저지른 공격 사건은 메르켈 정부에 단순히 도덕적 타격에 그치는 일이 아니라 정치적 재난 사태라고 지적했다.

메르켈에 대한 지지율은 난민이 대거 유입했던 작년 추락을 거듭하다가 발칸 국가들의 국경 강화 등으로 난민 유입이 주춤한 최근에는 다시 뚜렷한 회복세를 탔다.

최근 잇단 잔혹 범죄가 독일 정치지형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지 아직 판단하기는 이르지만, 영국의 유럽연합 이탈(브렉시트)과 유럽 경제 문제, 기승을 부리는 대중영합주의 등 이슈가 산적한 메르켈 총리의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여느 서유럽 국가들처럼 터키와 동유럽 국가 등 동쪽에서 건너온 이민자가 많이 거주했던 독일에는 특히 시리아 내전 등 중동의 혼란스러운 정세가 심화한 이후에는 그 지역 난민이 다수 유입했다.

작년 한 해 독일에 들어온 이주민·난민은 110만명에 육박했으며 그중에서 시리아 난민이 43만명, 아프간 난민이 15만명, 이라크 난민이 12만명이었다.

이들 다수는 유럽에서의 새 삶을 꿈꾸며 고향의 전쟁과 가난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한 이들이지만, 중동·북아프리카의 이슬람 국가 출신 난민 유입이 독일의 안전에 위협요인이라고 보는 시선은 상당히 많다.

안보 관리들 역시 '이슬람국가'(IS) 등 테러조직이 난민 대거 유입의 틈을 타 조직원을 유럽에 침투시킬 가능성을 경고해 왔고 독일에서 이슬람주의자 테러와 연관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건 708건이 현재 수사 중이라고 FT는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연말연시 쾰른에서 발생한 이민자 집단 성범죄 사건은 독일 여론을 악화하는 요인이 됐고 최근 들어 도끼 난동, 총격, 폭탄공격까지 잇따르면서 독일인들은 혼돈 속에 있다.

그래픽디자이너인 미카 오트는 도끼 난동 이후 뉴욕타임스(NYT)에 "독일은 난민들을 도와주려고 정말 열심히 노력했으니 이런 공격을 받지 않겠지, 생각했기에 너무나 슬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난민들의 상황이 더 어려워지지를 않기를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런 일이 독일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독일인들은 지금 겁에 질려 있다"고 강조했다.

테러와 같은 위급한 상황에는 군을 사회 안보 작전에 투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개헌론까지 대두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요아힘 헤르만 바이에른주 내무장관은 현지 매체 벨트 암 존탁과의 인터뷰에서 테러 공격과 같은 극단적 상황에는 군을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절대적으로 안정적인 민주주의를 갖췄다"며 "브뤼셀, 뮌헨 같은 상황에 제대로 훈련된 군을 소집할 수 없는 것은 완전히 이해 불가한 일"이라고 말했다.

2차 대전 패전 이후 독일은 국가비상사태를 제외하고는 군대 병력을 국내 작전에 투입할 수 없도록 헌법으로 정해놓았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