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미국·일본보다 혁신적 국가라고?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라고 유럽연합(EU)이 평가했다. 이달 중순 발표한 ‘유럽 혁신 점수표 2016’ 보고서를 통해서다. 기업 연구개발(R&D) 투자, 대학 졸업자 수, 국제특허 출원 건수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양적 투입으로 쉽게 달성할 수 있는 부문만 앞서 한국이 실질적인 혁신을 이뤘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박사학위 소지자 수, 과학논문 인용 지표, 지식기반 서비스 수출, 라이선스·특허 해외수입 등에선 선진국에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EU 집행위원회가 발간한 이 보고서는 ‘글로벌 혁신 실적’에서 한국에 0.726점(1.0 만점)을 부여했다. 조사 대상국가 중 1위였다. 2위는 0.703점을 얻은 미국, 3위는 일본(0.701점), 4위는 EU(0.592점), 5위는 캐나다(0.582점)였다. 중국은 한참 뒤진 0.236점을 받았다. 평가 지표는 인적자원, 연구시스템, 재정 및 지원, 기업투자, 지식재산 등 25가지였다.

보고서는 “한국은 지난 8년간 EU보다 더 혁신적이었고 혁신을 주도하는 분야도 늘었다”며 “한국은 2008년엔 EU를 5% 앞섰지만 2015년엔 23% 앞서며 미국과 EU, 일본과 EU의 평가 결과보다 격차를 더 벌렸다”고 설명했다. EU를 100으로 했을 때 한국의 2008년 혁신 실적은 105였지만 작년엔 123으로 격차가 커졌다. 같은 기간 미국은 129에서 119로, 일본은 123에서 118로 격차가 줄었다.

주요 지표를 보면 EU를 100으로 놓았을 때 한국의 인구 대비 3차 교육(대학 및 직업교육) 졸업자 수 비중은 140.6으로 EU를 앞섰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 R&D 투자 비중은 242.1, 민간·공공 협력 연구 논문 수는 172.4, 국제특허 출원 건수는 163.6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 25~34세 인구 1000명당 박사학위 소지자 수 86.1, 인용 순위 10% 내 과학논문 수 59.3, 지식기반 서비스 수출 비중 80.3, 라이선스·특허 해외수입 62.4로 EU보다 못했다. 미국은 박사학위 지표가 82.5로 한국과 비슷했지만 논문 인용 지표(133.4)와 라이선스·특허 해외수입(126.0)에서 한국을 앞섰다.

일본은 박사학위 지표(65.8)와 지식기반 서비스 수출(56.9)이 한국보다 부진했지만 라이선스·특허 해외수입은 미국과 같은 126.0을 기록했다. 중국은 개선 속도가 가장 빨랐다. 전반적인 혁신 실적이 EU가 100일 때 중국은 2008년 26이었지만 작년엔 40으로 뛰어올랐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