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번엔 국유기업 개혁을 둘러싸고 충돌했다.

2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 국유개혁 좌담회에서 “국유기업은 더욱 강하고, 크고, 나아져야 한다”고 말하면서 동시에 국유기업에 대한 공산당의 지배력 강화를 강조했다. 리 총리는 “국유기업은 시장의 원리에 따라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말해 상반된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최근 국유기업 감시를 담당하는 공무원은 4일 나온 발언을 놓고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모임을 열었다. 하지만 국유자산 감독관리위원회의 한 관리는 “지도부의 명확한 지시가 없어 다들 남이 어떻게 하는지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과 리 총리 사이의 불협화음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는 1, 2면을 할애해 익명의 ‘권위있는 인사’와의 인터뷰를 실었다. 이 인물은 리 총리가 추진하던 통화 완화를 통한 경제부양책과 출자전환을 통한 기업부채 축소 등을 비판했다. 이 인물은 시 주석의 정책 노선을 따르고 있다는 점에서 시 주석의 측근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모순된 메시지는 시 주석이 리 총리의 권한을 약화시키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 주석은 공산당 총서기이자 군 통치권을 갖고 있다. 경제 분야는 리 총리가 주로 담당해왔다. 시 주석은 집단지도체제에서 1인 독주 체제로의 변화를 위해 경제 문제를 직접 챙기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두 지도부 사이의 균열은 이달 시 주석이 여는 20여명의 경제학자와 경제 분석가로 구성된 모임에서도 나타난다. 이 모임에 리 총리는 초대받지 못했다.

리 총리가 중국 공산당 19차 당대회에서 교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중국경제전문가 배리 노튼은 “리 총리가 매우 곤란한 상황에 처했다”며 “경제정책이 시 주석 쪽으로 기울고 있어 시 주석과 리 총리의 관계가 유지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