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야당, 발주선박 납기 차질 우려…"노사관계가 위험요소"
자동차 수출도 파업 땐 감소…현대차, 노사갈등 부각될까봐 '냉가슴'


현대중공업과 현대자동차 노조가 최근 수년간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되풀이함에 따라 글로벌 기업으로서 수출 감소와 대외신인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현대중 노조는 19일 설계지원사업 부문 200여 명이 3시간 파업한 데 이어 20일 '전 조합원이 4시간 파업' 지침 속에 1천500여 명(회사 추산)이 파업했다.

노조는 22일 전 조합원 7시간 파업 지침을 내렸다.

19년 동안 분규 없이 노사협상을 마무리한 이 회사 노조는 2014년부터는 '3년 연속 파업' 기록을 쓰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절벽이 장기간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조 파업이 반복되면 대외신인도가 하락, 신규 수주를 더 어렵게 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국제 해운·조선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한국 조선소의 수주실적은 27척, 83만CGT(표준화물선환산t수)으로 작년 같은 기간 151척, 685만CGT보다 88%(CGT 기준) 급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계열사도 올 상반기 13척을 수주하는 데 그쳤다.

전 세계적으로 선박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대외적 여건에서 국내 조선업계가 수주하려면 가격, 품질, 납기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노조 파업은 그러나 품질과 납기에 대한 해외 선주들의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대외 신인도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실제로 뉴질랜드 야당인 노동당은 현대중공업이 뉴질랜드로부터 수주한 약 5억 달러짜리 해군 급유함 인도가 약속된 2020년을 넘길지 모른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노동당 측은 급유함 인도에 가장 큰 위험요소는 지난 3년 동안 나빠진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라고 밝혔다.

해외 고객이 기업의 노사갈등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시한 것으로, 이런 사례가 누적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수주 경쟁에서 점점 더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많은 선주가 파업으로 공정 지연과 품질 하락이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한다"면서 "파업이 장기화하면 대외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신규 수주에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현대차는 19일과 20일 노조의 4시간씩 파업으로 매일 자동차 1천700여 대를 만들지 못해 390억원 상당의 생산 차질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노조는 21일에도 4시간, 22일에는 14시간의 파업을 벌인다.

단순히 계산해도 생산 차질액은 2천억원대로 불어난다.

생산 차질은 당장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2014년 9월 울산 자동차 수출은 9억7천만 달러로 25개월 만에 가장 낮았고, 2015년 10월도 13억3천만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3.5% 감소했는데, 당시 이를 두고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무역협회는 분석했다.

무엇보다 노조의 5년 연속 파업 소식은 해외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는 현대차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를 수입해 판매하는 해외 딜러들은 브랜드 이미지나 신차 판매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국내 노조의 파업상황을 예의주시한다.

제품에 대한 지식이 상당한 고객들이 파업이 잦은 기업에서 생산된 자동차 품질에 의구심을 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데도 현대차는 노조의 파업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크게 내지 않고 있다.

노사갈등이 부각되는 것이 결국에는 기업 활동이나 브랜드 이미지에 이득이 될 것이 없다고 판단, 올해부터는 대외적으로 비판이나 호소를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동안은 파업 책임이 노조에 있다고 강조하면서, 협력업체 피해나 대외신인도 하락 등을 적극적으로 알렸다.

현대차 관계자는 국내에서 수출 대기 중인 물량이나 이미 수출돼 판매를 앞둔 물량이 충분하다"면서 "파업이 장기화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현재 부분파업 수준으로는 수출에 별 지장이 없을 것"이라면서 노조의 파업을 수출 차질이나 대외신인도 하락과 연관 짓는 해석을 경계했다.

차의환 울산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선진국의 기업들은 최근 전 세계적인 경제 침체와 변혁기를 맞아 대외적 경쟁에서 살아남고자 똘똘 뭉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면서 "노사가 화합하지 못해 파업이 연례행사가 된 모습으로는 글로벌 경쟁에 끼어들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울산연합뉴스) 장영은 허광무 기자 young@yna.co.kr, hk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