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실패한 쿠데타 시도의 배후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터키 송환과 사형제 부활을 관철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밝혔다.

이에 따라 귈렌의 적법하지 않은 송환을 거부하는 미국, 사형제 폐지를 철칙으로 삼는 유럽연합(EU)과 터키의 갈등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명백한 반역죄가 저질러졌으며 사람들의 요구를 정부가 거부해서는 안 된다"며 쿠데타 시도에 가담한 이들에 대한 사형제 적용 가능성을 열어뒀다.

지난 15일 밤 시작된 쿠데타가 6시간 만에 실패로 돌아가고 나서 터키 당국이 가담자들을 대대적으로 체포한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은 '민중의 요구'를 근거로 사형제 부활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그는 "사람들은 '왜 내가 그들을 감옥에서 수년 동안 먹여 살려야 하느냐'고 묻는다"라며 "사람들은 친지와 아이들을 잃었기에 빠른 처단을 원하며 고통으로 민감한 상태이므로 아주 합리적이고도 민감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물론 이를 헌법으로 조처하려면 의회 의결이 필요하므로 지도자들이 한데 모여 이를 논의한다면 의회에서 나오는 어떤 결정이라도 대통령으로서 승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정치적 숙적이자 이번 쿠데타 배후로 지목한 귈렌을 터키로 돌려보내라고 미국에 다시 촉구했다.

그는 "우리에게는 범죄인 인도 협정이 있다"며 "전략적 파트너가 누군가를 인도하도록 요구하면 나는 그렇게 하는데 상대는 똑같이 하지 않는다.

이런 일들에는 상호호혜의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어 "미국이 그런 테러리스트를 데리고 있어서는 안 된다"며 "미국은 그 인물을 터키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온건 이슬람주의자인 귈렌은 에르도안 대통령과 한때 정치적 동지였으나 사이가 틀어지자 미국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으며 자신이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되자 오히려 에르도안의 자작극 의혹을 제기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EU의 원칙과 정면으로 어긋나 터키와 서방의 갈등이 격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서방 사회는 그간 터키 정권의 야당·언론 탄압을 비판해오다가 에르도안 대통령이 쿠데타 진압 이후 연일 강경한 태도를 취하자 민주주의 훼손을 경계하고 있다.

EU는 당장 터키에 사형제와 EU 가입이 양립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터키는 오랫동안 EU 가입을 희망하면서 가입 기준 충족에 노력해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하고 쿠데타 이후 대응 과정에서 법치가 준수돼야 한다고 지적하면서 사형제와 유럽연합(EU) 가입은 양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대표 역시 사형제를 재도입한 국가는 EU에 가입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한지붕 아래서 터키와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미국도 귈렌 문제로 난감한 상황에 있다.

존 배스 앙카라 주재 미국대사는 18일 성명을 내고 "미국이 용의자를 다른 나라에 인도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송환협정과 미국의 관련 법령에 정해진 요건을 갖춰야 한다"며 원칙적인 선에서 답변했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역시 전날 언론 인터뷰에서 "아직 정식 인도 요청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