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정부가 쿠데타를 진압하고 '피의 숙청'에 나선 데 대해 서구 언론은 터키 민주주의의 승리로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하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정권의 독재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사설을 통해 "정부가 통제력을 되찾았으나 순전한 터키 민주주의의 승리와는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15일 밤부터 6시간 동안 이어진 쿠데타에 연루된 혐의로 체포된 이는 군 장병뿐 아니라 판·검사까지 6천명에 육박한다.

FT는 "(반대파를) 더 탄압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할 뿐"이라며 "파벌 다툼은 이미 '이슬람국가'(IS), 쿠르드 반군과 싸우는 터키 공권력을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민주주의란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만이 아닌, 반대파에 대한 존중과 제한을 보여주며 국가 최고 수위에 있는 민정(民政)을 비롯한 목표를 공유하고 함께 지지하는 것임을 상처로 얼룩진 국가에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사설에서 "지난 이틀간 혼란과 피로 얼룩진 사태로 볼 때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 위기를 반란 가담 군인들을 처벌하는 것뿐 아니라 어떤 반대파라도 진압하는 데 악용하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통제에 전념할 것이라는 점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터키는 헌법상 의원내각제지만, 총리를 3차례 역임하고 나서 사상 첫 직선제 대통령에 오른 에르도안이 총리를 넘어선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작년 총선에서 자신이 창당한 정의개발당(AKP)이 압승한 이후 대통령제로의 전환을 위한 헌법개정을 서둘러왔다.

반대파와 언론의 자유를 탄압한다는 비판도 피하지 못했다.

이에 대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 사설을 통해 "선출된 독재정권을 경계하라"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평소 억제했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민중을 거리로 불러내 쿠데타를 막은 데 대해 "에르도안 대통령이 SNS에 목숨을 빚졌을 수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쿠데타 세력을 막고자 거리로 쏟아져 나온 모든 국민이 에르도안 대통령을 방어하려고 그렇게 한 것은 아니다"라며 "모든 정당, 심지어 친(親)쿠르드 계열 인민민주당(HDP)도 주저하지 않고 민주주의의 뒤에 섰으며 이는 대통령보다 더 큰 대의명분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문은 이어 "이제 문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를 이해하는지 여부이며 다음에 일어날 일은 승리한 정부에게 겸허함과 인권 존중, 법치 재확인을 요구하는 일이 될 것"이라며 "이런 가치들은 이제까지 에르도안 정권이 보여주지 못했으나 터키가 그보다 더 바랄 수는 없는 것들"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