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방어 1군단장 뒨다르, 공항탈환해 에르도안 복귀
2,3군단장은 쿠데타 가담 체포

공군과 치안군(gendarmeries) 수뇌부, 육군 장성도 상당수 참여한 터키 군부 쿠데타가 고작 6시간만에 급격히 실패로 기우는 과정에는 두 차례 전환점이 있었다.

여느 쿠데타가 지도자 1명과 지지자 몇명으로도 성공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번 터키 쿠데타는 결코 '몇몇' 지휘관이 소규모로 벌인 거사로 치부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15일밤 9시30분께, 터키 공군의 주력기 F-16과 치안군 탱크를 앞세운 쿠데타 세력은 최대도시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과 보스포루스해협 대교, 수도 앙카라 국제공항, 국영방송사 등 언론사 장악에 나섰다.

그야말로 터키 쿠데타 성공에 관건인 시설들이다.

초기 핵심 시설물 장악은 성공적이었다.

쿠데타 세력은 밤 11시 무렵 장악한 언론사를 통해 전국의 권력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때 레제프 타이이프 대통령은 지중해 휴양도시 마르마리스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쿠데타를 성공적으로 제압하려면 조기에 최대도시 이스탄불이나 수도 앙카라로 복귀해야 하는데, 이미 이스탄불과 앙카라 공항은 쿠데타 세력의 수중에 있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스탄불로 돌아오지 못했다면 이번 쿠데타도 과거 1960년, 1971년, 1980년, 1997년처럼 또 한 번의 '성공한 쿠데타'가 될 수도 있었다.

에르도안은 복귀를 시도하면서 CNN튀르크와 영상 통화를 하면서, 지지자들에게 거리로 나가서 저항하라고 요구했다.

이 장면을 본 에르도안 지지자들은 공항과 보스포루스해협 대교로 나가 군중을 이뤘고, 규모가 커지자 군대에 정면으로 맞섰다.

무력대응을 하지 않던 군인들도 밀려드는 에르도안 지지자들의 기세에 무장해제를 당할 처지에 놓이자 초기에는 허공으로, 나중에는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다.

이런 전개 과정은 현장의 폐쇄회로(CC)TV와 언론의 카메라에 고스란히 잡혔다.

지지자를 거리로 끌어낸 에르도안의 전략은 '유혈' 충돌로 쿠데타 세력이 정당성을 상실하게 만드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에르도안의 화상 메시지가 방송된 CNN튀르크는 터키의 도안미디어그룹 계열 언론사로, 도안미디어그룹은 평소 정권에 비판적인 기사도 많이 다뤄 집권당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한 곳이다.

에르도안 정권이 앓는 이처럼 여기던 언론사가 대통령의 이스탄불 복귀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역설적이다.

하지만 시위대만으로는 빼앗긴 아타튀르크 공항 전체를 되찾기는 힘들었다.

군을 통솔하는 총사령관 훌루시 아카르 장군은 쿠데타 세력에 붙잡혀 소재도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2군단장과 3군단장이 모두 체포된 것을 보면 이들도 쿠데타에 가담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행히 에르도안에게는 이스탄불을 지키는 1군단 군단장 위미트 뒨다르가 있었다.

17일 터키 일간지 휴리예트데일리 등에 따르면 아타튀르크 공항 탈환의 1등 공신이 뒨다르 군단장이다.

이 과정에서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에서는 폭발음과 총성이 들렸고, 이스탄불 상공에는 전투기의 굉음이 이어졌다.

뒨다르는 16일 새벽 총사령관 대행에 임명됐다.

화상 인터뷰와 뒨다르 군단장의 활약 덕에 에르도안은 새벽 3시30분께 이스탄불에 복귀할 수 있었고, 이를 계기로 쿠데타 세력은 급격히 무너졌다.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