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집트의 반대로 터키 정부를 지지하고 터키 군부의 쿠데타 시도를 비판하는 결의안 채택에 실패했다.

17일 아랍권 위성매체 알아라비야와 AFP통신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전날 터키 쿠데타 시도에 따른 폭력 사태를 비난하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결의안 채택을 논의했다.

그러나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인 이집트가 이 결의안을 거부하면서 끝내 이 결의안이 담긴 성명 채택도 무산됐다.

미국이 초안을 작성한 이 결의안에는 터키 내 상황에 대한 중대한 우려 표명, 모든 정파의 폭력 또는 유혈 사태 방지 촉구, 신속한 위기 종식과 법치주의로 회귀 촉구 등의 내용도 포함돼 있다.

이 결의안은 유엔 안보리 이사국 15개국의 만장일치 합의로 채택될 수 있다.

그러나 이집트는 '모든 정파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터키 정부를 존중하도록 촉구한다'는 조항 삭제 또는 변경을 요구하며 이 결의안을 거부했다.

이집트는 유엔 안보리에는 "다른 어떠한 정부가 민주적으로 선출됐거나 또는 그렇지 않은 경우를 심사하거나 딱지를 붙일 위치에 있지 않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미국과 영국이 이집트의 일부 조항 변경 제안을 거부하면서 결의안 논의가 중단됐다.

이집트가 이처럼 결의안 채택에 제동을 건 배경에는 2013년부터 불거진 터키 정부와의 껄끄러운 관계가 자리를 잡고 있다.

터키 정부를 이끄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해 8월 이집트 군부가 이슬람주의자인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을 축출하자 "쿠데타"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에 군부 출신인 압델 파타 엘시시 대통령의 현 이집트 정부도 터키를 맹비난하면서 양국 간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집트 정부는 터키의 쿠데타 시도와 관련해서도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아직 밝히지 않았다.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gogo21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