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공급에도 민간투자 부진, 기업 현금비축 선호"

중국이 통화정책 효과가 작동하지 않는 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빠질 기미가 보인다고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고했다.

중국 인민은행 조사통계사(司) 성쑹청(盛松成) 사장은 16일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금융 포럼에서 시장에 대규모 유동성이 공급됐지만, 기업이 투자하기보다 현금을 비축하는 것을 선호하는 유동성 함정에 빠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17일 보도했다.

인민은행은 작년 10월 이후 유동성 함정 위험을 나타내는 협의통화(M1)와 광의통화(M2) 간 증가율 차이를 들어 이 같이 판단했다.

유동성이 중장기 금융상품으로 유입되지 못한 채 협의통화만 빠르게 늘어나는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현금과 초단기 금융상품으로 구성된 M1의 증가율이 작년 10월 14%에서 지난달 24.6%로 급증했지만, M1에 정기예금 등을 포함한 M2의 증가율은 지난달 11.8%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올해 목표치인 약 13%에 못 미쳤다.

최근 중국의 정책이 집중되는 민간투자의 증가율은 상반기 2.8%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전체 투자 증가율을 9%로 끌어내렸다.

성 사장은 "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이 공급됐지만, 좋은 투자 여건이 마련되지 않아 기업들이 자금을 은행 계좌에 넣어두려 한다"며 통화정책만으로 성장을 촉진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성 사장은 통화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법인세 부담 완화와 추가 국채 발행, 재정적자 확대 등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3∼5%의 재정적자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올해 GDP의 3%인 2조1천800억 위안(약 369조5천750억 원)을 재정적자 목표로 설정했다.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harris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