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동산 재벌의 대선출정식…전직 대통령·대선후보 불참
축제 분위기 대신 폭동 우려도…트럼프 단합·통합 촉구할듯

미국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마침내 공화당의 대선 후보가 된다.

트럼프는 18∼21일(이하 현시지간) 나흘간 오하이오 주(州) 클리블랜드의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열리는 전당대회를 통해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된다.

공화당은 이 기간 최소 60명 이상의 지지 연사를 투입해 트럼프의 대관식을 축하할 예정이지만, 전직 대통령과 대선후보 출신 등 당 주류 진영의 상당수 인사가 냉담한 반응을 보이면서 불참 방침을 밝힌 터라 흥행에 '빨간불'이 켜졌다.

경선 경쟁자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15일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트럼프는 당의 미래를 대변하지 않는다"며 끝까지 트럼프의 발목을 잡고 있고, '반(反)트럼프' 진영은 여전히 전당대회에서의 '반란'을 시도하고 있다.

자칫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자들 사이의 총격을 동반한 충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 대선후보가 되기까지
억만장자 부동산 재벌, 정치인, 방송인, 작가, 엔터테이너 등 수많은 수식어를 달고 사는 트럼프는 1946년 6월 14일 뉴욕 퀸스에서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부동산 중견 사업가였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와 스코틀랜드 태생인 어머니 메리 애니 사이에서 3남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퀸스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온 트럼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쳐 부모가 그를 강제로 사립 기숙학교인 '뉴욕군사학교'(New York Military Academy)'에 입학시켰으며 이후 뉴욕의 포덤대학을 거쳐 아이비리그에 속한 명문대학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로 편입해 경제학을 전공했다.

1971년 아버지로부터 '엘리자베스 트럼프 & 선'의 경영권을 승계한 뒤 사명을 트럼프그룹으로 바꿨고 현재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 '트럼프'를 내건 호텔과 골프장, 카지노 등을 운영하고 있다.

재산은 본인 주장으로 87억 달러(약 9조8천억 원)에 달한다.

2004년부터 NBC 방송의 서바이벌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견습생)를 진행하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엔터테이너 기질이 강해 영화 '나홀로 집에2'의 카메오로 출연하기도 했다.

첫째 부인 이반나 트럼프, 둘째 부인 말라 메이플스와 각각 이혼한 뒤 2005년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 멜라니아 트럼프와 세 번째 결혼해 현재 슬하에 장남 트럼프 주니어,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차남 에릭 트럼프 등 5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종교는 개신교다.

공화당, 개혁당, 민주당, 무소속을 거쳐 2012년 공화당으로 다시 돌아온 트럼프는 2000년 개혁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가 중도에 포기했으며, 이번에 두번 째 대권 도전 만에 16명의 내로라하는 제도권 및 저명인사들을 차례로 꺾고 대선 후보에 오르게 됐다.

◇ 전당대회, 분열과 갈등의 장 우려도…폭동 경계령까지
나흘 일정으로 진행되는 전당대회 기간에는 매일 지지연사들이 나와 분위기를 북돋운다.

통상적으로 대선 후보는 마지막 날에 후보 수락연설을 하는 관행에 따라 트럼프는 오는 21일 연설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통령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의 수락연설은 이보다 하루 전인 20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에서는 당의 가치와 비전을 함축하는 슬로건도 제시되는데 2012년의 테마는 '더 좋은 미래'(A Better Future)였다.

올해는 트럼프가 주창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가 주제가 될 전망이다.

역대로 전당대회는 축제와 화합, 차세대 정치스타 탄생의 산실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과거에 비해 거물급 연사가 없는데다 주목할 만한 새내기 정치인들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류 진영의 핵심 인사들이 전당대회 불참 또는 지지연설을 거부한 데 따른 것이다.

제이슨 샤페츠(유타) 하원의원은 다른 의원 7명과 함께 전당대회 기간에 중동과 유럽 순방에 나서고,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이 기간 그랜드캐니언 지역을 여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확정된 찬조연사 가운데 눈에 띄는 정치권 인사는 폴 라이언(위스콘신) 하원의장과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벤 카슨, 톰 코튼(아칸소) 상원의원, 조니 언스트(아이오와) 상원의원,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 시장,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 라인스 프리버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 정도로, 역대 전당대회 찬조연사와 비교하면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핵심 정치인들이 빠진 빈자리는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와 에릭, 이방카, 티파니,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5자녀 중 성인 자녀 4명과 미식축구 선수 팀 티보 등 정치권 밖 유명인사들이 채웠다.

또 하나 우려는 이번 전당대회가 자칫 분열과 갈등의 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 지도부는 보호무역 등 공화당의 전통적 기조와 반대로 가는 트럼프에 불만을 느끼면서도 '대선후보로 인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으나, 일부 당원들은 여전히 트럼프를 밀어내고 다른 사람을 대선 후보로 세우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른바 '덤프 트럼프'(Dump Trump: 트럼프를 버리자) 캠페인이다.

이들은 각 주의 대의원들이 경선결과대로 후보를 찍어야 하는 현재의 규정을 바꿔 다른 후보를 찍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의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지만, 충분히 전당대회 자체를 혼란 속으로 빠뜨릴 수는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자들 간의 충돌도 우려된다.

이번 전당대회 기간에 약 5만 명이 클리블랜드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가 트럼프 지지자로 여겨지지만, 트럼프 반대를 위해 클리블랜드를 찾겠다고 공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흑인 독립'까지 추구하는 흑인 과격단체인 '신(新)블랙팬더당' 회원들이 이미 총기를 휴대한 채 클리블랜드 도심에서 경찰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시위를 벌이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