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테러에 충격·불안감…테러의 일상화가 '뉴노멀'되나
불투명한 브렉시트 협상…EU-英 기싸움, 경제위기 뇌관되나
터키 쿠데타 시도, 對테러전쟁·이민문제·안보에 걸림돌 우려

유럽이 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팍스 유로피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달음질쳐온 유럽은 크고 작은 어려움이 계속 있었긴 하지만 '하나의 유럽'을 향한 담대한 행보에 거침이 없어 보였다.

적어도 작년 가을까지는 그랬다.

지난해 최대의 위기로 여겨졌던 그리스를 비롯한 몇몇 남유럽 국가의 국가부채 사태가 최악의 국면을 넘기면서 다시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작년 11월 13일 프랑스 파리 테러이후 유럽은 '시련의 종합 선물세트'를 받아든 듯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안팎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파리 테러 이후 지난 3월 브뤼셀에 이어 지난 14일엔 니스에서 테러가 발생, 테러가 일상화되는 것 아니냐는 공포가 엄습했고, 영국의 EU 탈퇴라는 혹시나 했던 시나리오가 현실로 다가왔다.

여기에다 이웃인 터키에서 쿠데타 시도까지 발생하면서 유럽 재앙의 불씨로 간주하는 난민 문제 등이 증폭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금 유럽은 '불확실성'이라는 보이지 않은 적에게 완전포위된 양상이다.

이로 인해 세계 무대에서 주도적 해결사라는 과거의 역할은 엄두도 못 낸 채 오히려 유럽이 불안의 진앙이 된 모양새다.

◇테러의 일상화가 '뉴노멀' = "이제 더 이상은 '제로 리스크(테러 위협이 없는 상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니스 테러 직후 샤를 미셸 벨기에 총리가 한 말이다.

작년 11월 파리 테러 이후 유럽 내 정보당국은 몇 차례 테러 음모를 적발해 냈지만, 테러를 막지 못했다.

지난 3월 브뤼셀, 이번엔 프랑스의 휴양도시 니스 등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테러공격은 이어지고 있다.

니스 테러는 유럽인들에겐 충격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동안 폭탄이나 총기 등이 테러의 도구로 사용됐지만 이젠 우리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는 차량이 무서운 테러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번 니스 테러사건의 범인은 테러 당국의 감시대상에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이런 식의 테러방식이라면 아무리 테러에 대비한 경계를 강화하더라도, 또 테러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입수했더라도 테러를 막을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테러의 일상화가 '뉴노멀(새로운 정상적 상태)'이 되는 게 아니냐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마뉘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우리는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프랑스는 테러와 함께 살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대중집회나 행사에서 질서를 유지하는 경찰도 무장시키고 더 큰 불행을 막기 위해 미국처럼 일반인들도 총기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테러공격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방국가들이 테러와의 전쟁을 통해 대테러 전쟁의 고삐를 조일수록 이슬람국가와 같은 이슬람 무장세력의 테러공격은 더욱 잔인해지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전날 니스 테러 부상자들을 위문한 뒤 "테러공격이 끊이지 않기 때문에 테러와의 전쟁은 오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약 없는 브렉시트 협상…세계 경제 불안의 '뇌관' =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영국에서는 테리사 메이 총리가 새로 선출돼 내각을 출범하는 등 국민투표 이후 정치적 아노미를 해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브렉시트 협상이 언제 어떻게 진행될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 등 유럽 주요 지도자들은 영국에 브렉시트 결정에 따른 불확실성의 안개를 서둘러 걷어낼 것을 압박하고 있다.

그럼에도 메이 총리는 취임 직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등 협상을 서두를 의향이 없음은 내비쳤다.

협상이 시작되더라도 영국의 EU 단일시장 접근권, 이동의 자유 보장, 이민자 문제를 비롯해 EU와 영국의 새로운 관계등 쟁점이 수두룩해서 난항이 예상된다.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유럽은 물론 전세계 경제가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밤중의 홍두깨…터키 쿠데타 시도 = EU와 가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터키에서 15일 발생한 쿠데타 시도는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유럽으로선 한밤중의 홍두깨마냥 전혀 예상못한 도전이었다.

쿠데타가 실패한 것으로 결론나면서 유럽에선 일단 안도하고 있지만, 터키 쿠데타 시도로 인해 EU가 치러야 할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2차 폭풍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터키는 유럽에겐 테러와의 전쟁은 물론 향후 유럽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꼽히는 이민자문제 해결에 있어 중요한 카운터파트였다.

쿠데타 발생 직후 EU 지도자들이 조금도 지체하지 않고 '헌정질서 회복'을 요구하며 현 대통령을 지지하고 나선 이유다.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융커 집행위원장,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대표는 성명을 내고 "터키는 EU의 핵심적인 파트너"라면서 "EU는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 그 국가의 제도, 법치를 지지한다.

터키가 신속하게 헌법 질서를 되찾기를 요구한다"고 쿠데타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쿠데타로 인해 터키가 정치적 불안에 휩싸이면서 그동안 합의해놓은 이민협정 등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 터키 국민이 EU로 대거 엑서더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일한 이슬람국가 회원국이라는 점에서 터키의 국내문제는 유럽의 안보와도 직결된다.

특히 동유럽과 발트해 등에서 러시아와 나토간 군사적 긴장관계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터키의 혼란은 유럽에겐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도미노 위기에 놓인 유럽, 18일부터 잇단 대책회의 = 여러 가지 도전이 도미노처럼 밀려들면서 유럽은 대책을 강구하고 해법을 찾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오는 18일 브뤼셀에서는 EU 외교장관회의가 열린다.

이날 회의에선 니스 테러 사건을 비롯해 테러 근절 대책과 함께 시리아와 이라크내 IS대책 등이 논의될 예정이며 이들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과도 조찬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이어 내달 말에는 이탈리아에서 독일·프랑스·이탈리아 3국 정상들이 만나고, 오는 9월 16일에는 슬로바키아에서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 정상들이 비공식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어 10월 20·21일 이틀동안엔 EU정상회의가 예정돼 있어 잇단 위기로부터 돌파구를 찾아낼지 주목된다.

(브뤼셀연합뉴스) 김병수 특파원 bings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