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믿을 수 없는 일"…경찰 바리케이드 앞엔 추모꽃다발·추모쪽지 쌓여
주민, 전날밤 공포에 아직도 몸서리 "이 상황은 전쟁…내가 당했을 수도"

대형 트럭을 이용한 테러로 84명이 숨지는 참사가 벌어진 프랑스 남부 해안도시 니스는 15일(현지시간) 도시 곳곳에 긴장감이 넘쳐 흘렀다.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바스티유의 날) 불꽃 축제를 보러 나온 시민을 상대로 한 테러가 벌어진 지 12시간가량 지난 이날 정오 니스 시내에는 경찰차들과 무장한 경찰관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참사 현장인 니스 해변 유명 산책로인 프롬나드 데 장글레 2㎞ 구간은 이날 일반인의 출입이 전면 통제돼 복면한 경찰관과 경찰차만 오갈 뿐이었다.

전날 오후 10시30분께 대혁명 기념일 축제로 수천 명이 모인 프롬나드 데 장글레에서는 19t짜리 대형 화물 트레일러 한 대가 2㎞ 구간에 걸쳐 약 30분간 광란의 질주를 벌이며 사람들을 덮쳐 최소 84명이 숨지고 수십 명이 다쳤다.

해안선을 따라 펼쳐진 산책로 프롬나드 데장글레는 니스에서도 관광객이 가장 몰리는 곳으로, 테러 당시에도 축제를 맞아 성인부터 어린이까지 수천 명이 모여 있었다.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은 프롬나드 데 장글레를 잇는 길목마다 바리케이드와 출입통제 띠를 설치해 일반인의 출입을 완전히 막았다.

지중해의 따뜻한 여름 햇살과 시원한 바닷바람이 무색하게 이날 만난 시민과 관광객의 얼굴에는 어둠이 가득했다.

해변 주변에서 사는 50대 여성 마리 씨는 전날 밤 자신이 겪었던 공포에 여전히 몸서리를 쳤다.

그녀는 기자에게 "남편과 함께 불꽃놀이를 보러 나왔는데 한순간 모든 이들이 공포에 질려 뛰기 시작해 나도 남편과 함께 뛰었다"면서 "트럭에 폭발물이 있었다는데 폭발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어제 내가 당했을 수도 있었다. 이 상황은 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 믿지 못하겠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경찰 바리케이드 앞에는 어느 곳에나 멀리서나마 사건 현장을 살펴보려고 모여든 관광객과 시민이 수십 명씩 모여 있었다.

또 바리케이드에는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누군가 가져다 놓은 꽃다발이 쌓이기 시작했으며 '니스를 위해 기도한다'는 추모글도 붙었다.

니스는 남불 리비에라 해변의 대표적 휴양지로 여름철이 되면 프랑스인뿐 아니라 유럽인과 외국인이 대거 찾아와 휴가를 즐기는 곳이다.

이 때문에 시내에서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서양 관광객뿐 아니라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관광객의 모습도 자주 목격됐다.

부모님과 함께 일주일간 니스 여행을 온 영국 케임브리지대 학생 이건우 씨는 "어제 축제 현장에 한국인도 많이 보였다"면서 "다른 한국인들이 어떻게 됐는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가족은 다행히 불꽃놀이를 하는지 모르고 사건이 벌어지기 2시간 전 호텔로 돌아가서 망정이지 무슨 일이 생겼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무섭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주프랑스 한국대사관 측은 "한국인 사망자나 중상자는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니스 주민들은 이날 오전 카페에 삼삼오오 모여서 커피를 마시면서 TV로 테러 뉴스를 시청했으며 주민들끼리 전날 참사를 떠올리면서 "믿기 어렵다"는 말을 연발했다.

테러 불안감에도 식당 밖 테라스에서 식사하는 관광객도 적지 않게 눈에 띄었다.

경기 침체로 가뜩이나 어려운 프랑스 경제가 이번 테러로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상인의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프롬나드 데 장글레 인근에서 옷 가게 '프리텍스트'를 운영하는 스티브 술탄 씨는 "정말 끔찍한 사건이다"면서 "80명이 넘는 시민과 관광객이 숨진 이번 테러로 관광객이 더 줄어들지나 않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이미 외국인 관광객이 작년 여름보다 엄청나게 감소했는데 이번 일로 더 많이 줄어들 것 같다"며 우울해했다.

이날 테러 현장 방문을 위해 니스를 찾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은 시내에 모인 시민으로부터 야유를 들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한 시민은 "올랑드 대통령과 자치단체장 모두 니스를 보호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이들 둘 다 살인자"라고 격분했다.

10%의 낮은 지지율에 그치는 올랑드 정부는 최근 정보기관이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 위협에 대응하는 데 실패했다는 책임론에 시달리기도 했다.

(니스<프랑스>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sungjinpar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