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취임 이틀 만인 14일(현지시간) 내각 22명의 인선을 모두 마쳤다. 내무장관 법무장관 등 핵심 보직을 포함해 내각 전체 3분의 1인 일곱 자리를 여성에게 배분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이후 26년 만에 등장한 여성 총리가 양성평등 의지를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메이 정부에서 장관을 맡은 여성은 일곱 명이다. 데이비드 캐머런 전 총리 내각(21명 중 6명)보다 많다. 무게감은 훨씬 커졌다. 앰버 러드 전 에너지기후변화 장관을 총리의 ‘좌청룡’격인 내무장관에 앉혔다. 재무장관과 내무장관은 의회에서 각각 총리의 오른쪽과 왼쪽에 앉는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이날 “영국 역사상 처음으로 ‘4대 주요 요직’의 절반을 여성이 차지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4대 주요 요직이란 총리와 재무장관 외무장관 내무장관이다.

러드 내무장관뿐만 아니라 환경식품장관이던 리즈 트루스는 법무장관, 저스틴 그리닝 국제개발장관은 교육장관으로 영전했다. 총리를 놓고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기후변화부 부장관은 환경식품장관으로 승진하면서 내각에 참여했다.

메이 총리는 외무장관에 기용한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포함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찬성파 7명에게 장관직을 내줬다. 유럽연합(EU) 정치권은 이 가운데 존슨 외무장관에 대해 ‘막말과 거짓말’ 전력을 거론하며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일부 EU 정치인이 존슨의 중책에 경악하고 있다”고 전했다.

존슨 외무장관은 2007년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칼럼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를 두고 ‘정신병원의 사디스트 간호사처럼 염색한 금발머리’라고 부르는 등 과격한 표현을 자주해왔다. 장마르크 에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존슨이) 브렉시트 캠페인을 하면서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더니 이제는 유럽을 바라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독일 일간 주트도이체는 “영국식 유머” 사례의 하나라고 비꼬았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