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부동산 재벌의 대관식…거물급 지지 연사 없어 역대와 대조적
전통적 축제 분위기 대신 폭동 우려…트럼프 '단합-필승'에 방점

제도권 정치와는 거리가 먼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내주 공화당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다.

공화당은 오는 18∼21일(이하 현시지간) 오하이오 주(州) 클리블랜드의 '퀴큰론스 아레나'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트럼프를 당의 대선후보로 선출하고 대선 출정식을 가진다.

미 역사상 첫 억만장자 부동산 재벌 출신이 주요 정당의 대선후보가 탄생하는 역사적 순간이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축제와 화합의 분위기에서 치러진 이전과 전당대회와는 달리 이번 전당대회는 전직 대통령과 대선후보 출신 등 당 주류 진영 인사들의 대거 불참 속에 '반쪽짜리 행사'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역대로 전당대회가 대선후보 선출과 동시에 차세대 주자를 배출하는 스타 탄생의 무대였다면 이번에는 그마저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특히 '반(反)트럼프' 인사들의 격렬한 시위 예고 속에 지지자들도 대규모 반대 집회에 나설 것으로 보여 물리적 충돌, 심지어 총격전에 폭동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 어릴적 문제아에서 성공한 사업가 거쳐 대선후보로까지
트럼프 앞에는 억만장자 부동산 재벌, 정치인, 방송인, 작가, 엔터테이너, 아웃사이더 등 수많은 수식어가 붙어 있다.

여기에 공화당의 대선후보라는 타이틀이 하나 더 추가되게 됐다.

트럼프는 1946년 6월14일 뉴욕 퀸스에서 독일계 이민자의 후손으로 부동산 중견 사업가였던 아버지 프레드 트럼프와 스코틀랜드 태생인 어머니 메리 애니 사이에서 3남2녀 중 차남으로 태어났다.

퀸스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온 트럼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쳐 부모가 그를 강제로 사립 기숙학교인 '뉴욕군사학교'(New York Military Academy)'에 입학시켰으며 이후 뉴욕의 포덤대학을 거쳐 아이비리그에 속한 명문대학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로 편입해 경제학을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아버지와 함께 부동산 사업에 뛰어들었으며 1971년 아버지로부터 '엘리자베스 트럼프 & 선'의 경영권을 승계한 뒤 사명을 트럼프그룹으로 바꿨다.

현재 전 세계에 자신의 이름 '트럼프'를 내건 호텔과 골프장, 카지노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재산은 본인 주장으로는 87억 달러(약 9조8천억 원)에 달한다.

2004년부터 NBC 방송의 서바이벌 리얼리티 TV쇼 '어프렌티스'(견습생)를 진행하면서 더욱 유명해졌고, 엔터테이너 기질이 강해 영화 '나홀로 집에2'의 카메오로 출연했고 여배우들과 염문을 뿌리기도 했다.

첫째 부인 이반나 트럼프, 둘째 부인 말라 메이플스와 각각 이혼한 뒤 2005년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 멜라니아 트럼프와 세 번째 결혼해 현재 슬하에 장남 트럼프 주니어, 장녀 이방카 트럼프와 차남 에릭 트럼프 등 5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종교는 개신교다.

공화당, 개혁당, 민주당, 무소속을 거쳐 2012년 공화당으로 다시 돌아온 트럼프는 2000년 개혁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다가 중도에 포기했으며, 이번에 두번 째 대권 도전 만에 16명의 내로라하는 제도권 및 저명인사들을 차례로 꺾고 대선 후보의 자리를 꿰차게 됐다.

순전히 자력으로 대선 후보에 오른 데다가 경선 과정에서 멕시코 이민자 차단을 위한 장벽 건설, 테러 용의자 물고문, 모든 무슬림 입국금지,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주는 출생시민권(birthright citizenship) 폐지,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을 비롯한 모든 무역협정 재검토, 동맹과의 방위비 재협상 및 미군철수 시사 등 각종 차별적 발언과 극단적 공약을 쏟아내 거센 논란에 휩싸였다.

그의 이런 직설적인 화법은 기성 정치권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해 경선 승리의 원동력으로 작용했지만, 본선을 앞두고는 오히려 걸림돌로 작용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나흘간 릴레이 지지 연설 후 후보 지명…트럼프, 21일 후보수락 연설
전당대회는 통상적으로 나흘 일정으로 열린다.

당 지도부와 주요 지지자들이 첫날부터 셋째 날까지 릴레이 지지연설을 하고 마지막 날 대통령 후보가 수락연설을 하는 형식이다.

부통령 후보는 통상 셋째 날 수락연설을 한다.

구체적으로 당의 가치와 비전을 상징하는 하나의 큰 테마를 내걸고 행사 당일마다 각각 다른 소테마를 주제로 연설한다.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열린 2008년 전당대회는 9월 1일부터 3일까지 매일 20명 이상의 거물급 인사가 출연해 연설했으며 사흘째인 3일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의 수락연설을 거쳐 나흘째이자 마지막 날인 4일 존 매케인이 후보수락 연설을 했다.

당시 공화당 소속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허리케인 여파로 전당대회에 참석하지 못했으며 로라 부시 여사가 참석해 찬조연설을 했다.

당시 존 베이너 하원 원내대표를 비롯해 주류 진영의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플로리다 주 탬파에서 열린 2012년 전당대회 역시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매일 20여 명의 거물급 연사가 전당대회를 장식했다.

셋째 날인 29일 폴 라이언 부통령 후보, 마지막 날인 30일 밋 롬니 대통령 후보가 각각 수락연설을 했다.

이번 전당대회의 구체적인 일정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큰 틀에서는 이 같은 일정 속에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후보수락 연설은 21일로 예상된다.

역대 전당대회 때마다 당의 가치와 비전을 함축하는 큰 테마가 제시됐는데 2012년의 테마는 '더 좋은 미래'(A Better Future)였다.

이번에는 트럼프의 슬로건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등이 테마가 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는 수락연설에서도 이슬로건 하에 미국의 재건과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노선을 표방하면서 당의 화합과 대선 필승을 역설할 것으로 예상된다.

◇ 차세대 정치스타 탄생 기대 어려워…폭동 우려도
이번 전당대회가 이전과 다른 점 중의 하나는 거물급 연사가 없다는 점이다.

공화당 전국위 공개한 찬조연사 명단에 따르면 정치권 인사로는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경선 라이벌이었던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와 에릭, 이방카, 티파니,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등 5자녀 중 성인 자녀 4명과 미식축구 선수 팀 티보 등 정치권 밖 유명인사들이 주로 포진한 것이 새로운 특징이다.

이에 따라 이번 전당대회에서는 차세대 정치스타의 탄생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012년 전대 당시에는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와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등이 명연설로 스타로 부상했다.

이런 가운데 역대로 축제와 화합의 장이였던 전당대회가 자칫 이번에는 분열과 갈등의 장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흑인 독립'까지 추구하는 흑인 과격단체인 '신(新)블랙팬더당' 회원들이 이미 총기를 휴대한 채 클리블랜드 도심에서 경찰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시위를 벌이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트럼프 지지세력과 반대세력들도 총기를 소지하겠다고 밝혀 총격전까지 우려되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심인성 특파원 si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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