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하락-트럼프 상승' 양상, 한반도 정책 등 공약은 '극과 극'

사흘 앞으로 다가온 오는 18일(현지시간) 공화당 전당대회를 시작으로 본격화하는 미국 대선이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 양상으로 빠져들고 있다.

민주당의 사실상의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꾸준했던 우위 구도가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어서다.

법무부가 지난 6일 그녀를 괴롭혀온 '이메일 스캔들'에 대해 불기소를 결정하자 오히려 여론은 급랭했다.

전국단위는 물론 플로리다와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등 주요 승부처에서도 이 결정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힐러리 하락-트럼프 상승'의 기류가 형성됐다.

두 후보는 이번 대선의 슬로건을 공히 '보호무역'으로 잡았다.

역대 자유무역협정이 미국인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는 '주범'이라는 공감대와 여론이 경선을 거치며 형성됐기 때문이다.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는 결국 대선 승부가 쇠락한 공업지대를 일컫는 '러스트 벨트'(Rust Belt)의 민심을 얻는 쪽이 될 것으로 보고 이들 지역에 대한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나섰다.

◇ 트럼프 치고 올라오며 판세 요동…박빙 승부 펼쳐질 듯
14일 CBS 뉴스와 뉴욕타임스(NYT)의 전국단위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40%로 같았다.

한 달 전 클린턴 전 장관의 6% 우위에서 급변한 것이다.

앞서 4월 조사 때는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의 지지율은 각각 50%와 40%로 10%포인트 차이였다.

응답자의 69%가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을 불법 또는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퀴니피액대학이 지난 6월 30일∼7월 11일 플로리다와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 등 승부처 3개 주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클린턴 전 장관은 트럼프에게 모두 역전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3당 후보를 넣어 조사했더니 트럼프가 각각 41%대 36%, 37%대 36%, 40%대 36% 등으로 추월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과 NBC뉴스가 공동으로 마리스트폴에 의뢰해 지난 5∼10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펜실베니아에서 클린턴 전 장관이 45%, 트럼프가 36%로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

대체로 미 언론은 10∼13개 주를 경합주로 분류한다.

즉 이곳에서 선전하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5월 초 클린턴 전 장관이 민주당 텃밭 19곳의 승리에 더해 플로리다 (선거인단 29명) 한 곳만 추가하면 가볍게 선거인단 271명을 확보, 매직넘버(270명)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최근 오하이오와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플로리다, 아이오와, 뉴햄프셔, 콜로라도, 네바다 등 10곳을 '스윙 스테이트', 즉 경합주로 분류했다.

◇한반도 정책 포함해 공약 '극과 극'…보호무역 기조는 일맥상통
클린턴 전 장관과 트럼프의 공약은 외교·이민·경제·사회 등 대부분 분야에 걸쳐 극명한 대조를 보인다.

다만, 무역·통상 이슈와 관련해선 큰 틀에서 보호무역 기조를 보여 일맥상통하는 측면이 있다.

먼저 클린턴 전 장관은 '국제주의' 기반하에 동맹 및 우방과 손잡고 대외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강조하는 반면, 트럼프는 '고립주의'를 토대로 대외 개입을 줄이고 국내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기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동맹 정책을 놓고 두 후보의 시각이 확연히 갈린다.

클린턴 전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 등 유럽과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과 손잡고 함께 나아가겠다는 뜻을 천명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나토를 필두로 기존의 동맹 시스템을 손질하는 동시에 동맹의 방위비 부담을 늘리고 이를 거부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미군 철수도 불사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한반도, 특히 최대 이슈인 북한 핵문제를 놓고도 클린턴 전 장관은 대화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압박 기조에 방점을 두는 반면, 트럼프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대화 의지를 표명하면서 정책적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한 중국 역할론에 대해서도 클린턴 전 장관이 중국으로부터 '협력'을 끌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트럼프는 경제적 수단으로 중국을 '압박'하는데 방점을 찍고 있다.

중동정책의 핵심 중 하나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과 관련해선 클린턴 전 장관이 오랫동안 중동정책의 근간이었던 '2민족 2국가 해법'을 지지하지만, 트럼프는 이스라엘의 합법성을 강조하면서 이에 대한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두 후보의 이민정책도 양 극단을 달리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자신의 최대 기반인 히스패닉을 비롯해 소수계 이민자에 대해 관대한 공약을 내걸고 이라크·시리아 중동 난민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트럼프는 멕시코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건설해 불법 이민자들을 막고 모든 무슬림과 이라크·시리아 난민도 수용하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총기 규제도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야다.

트럼프는 일부 학교와 군(軍)기지에 적용되고 있는 '총기 금지구역'(gun-free zones)도 폐지하겠고 할 정도로 총기소지를 옹호한다면, 클린턴 전 장관은 신원조회를 통과한 사람만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하고 대량살상용 무기 판매도 금지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경제 및 복지정책 분야에서는 클린턴 전 장관이 '버핏세' 도입 및 초고소득층 세율 인상 등 부자 증세와 더불어 최저임금 15달러로 인상 공약을 내건 반면, 트럼프는 헤지펀드에 대한 과세 강화를 밝히면서도 부자 감세를 주장하고 최저임금 인상에도 부정적이다.

이밖에 미국 내 핵심 이슈인 기후변화와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와 관련해서도 클린턴 전 장관은 찬성, 트럼프는 반대로 엇갈린다.

이런 가운데 통상 이슈와 관련해선 비슷하게 보호무역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민주당이 최근 보호무역을 골자로 하는 정강을 확정한 데 이어 전통적으로 자유무역을 지지해 온 공화당도 트럼프의 공약을 대거 수용해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에 기반을 둔 정강을 마련했다.

하지만, 강도 면에서는 트럼프가 훨씬 강력한 보호무역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클린턴 전 장관은 노동자의 권리와 환경, 미국의 일자리 창출을 지지하는 보호무역 기조를 강조하면서 기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존중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도 소극적 반대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트럼프는 북미자유무역협정(나프타)과 한미FTA의 원점 재검토와 더불어 TPP 탈퇴를 공약을 내걸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신지홍 심인성 특파원 shin@yna.co.kr, si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