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퇴파 7명 포진, 35%가 여성…"친정체제 구축" 평가도
"무자비한 인사…강력한 리더십 보여줘"…캐머런 측근들 퇴출


테리사 메이 신임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잔류파와 탈퇴파를 아우르는 통합과 양성평등 의지를 반영한 내각을 선보였다.

메이 총리는 취임 이틀째인 14일(현지시간) 자신을 제외한 새 내각 22명의 인선을 모두 마쳤다.

10명이 자리를 옮겼고, 4명이 유임됐다.

9명이 새로 내각에 진출했다.

유럽연합 잔류파 16명과 탈퇴파 7명으로 내각을 채웠다.

여성은 메이 총리를 포함해 8명(35%)이다.

보수당 마거릿 대처 정부와 존 메이저 정부에서 각료를 지낸 말콤 리프킨드는 BBC방송 인터뷰에서 "인상적인 무자비함"으로 단행된 인사라는 정의를 내렸다.

리프킨드는 메이의 강력한 리더십과 "전략적" 비전을 보여주는 조각이라고 설명했다.

일간 더 타임스는 메이가 "잔인한 개각에서 캐머런의 측근들을 도태시켰다"고 평가했다.

◇ 브렉시트파 7명 중용해 잔류·탈퇴파 '통합내각'
새 내각에서 7명을 브렉시트파로 채웠다.

특히 이들의 면면을 보면 잔류·탈퇴파를 아우르려는 메이 총리의 통합 의지는 더욱 두드러진다.

우선 브렉시트파 수장이던 보리스 존슨 전 런던시장을 외교장관에 발탁했다.

존슨은 브렉시트를 결정한 국민투표 후 차기 총리 0순위로 꼽히다가 측근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이 독자적으로 총리 경선 출마를 선언하는 '배신'을 하자 출마를 접었다.

존슨은 총리 경선의 결선에서 메이의 상대였던 탈퇴파 앤드리아 레드섬 에너지차관을 지지했다.

존슨은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결례를 수차례 범하기도 했다.

내무장관 시절 당시 런던시장이었던 존슨과 여러 현안을 놓고 충돌한 메이 총리가 그를 외무장관으로 기용한 것은 대담한 화해의 제스처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평했다.

또 브렉시트 협상을 관장하는 '유럽연합탈퇴장관'에 오랫동안 유럽회의론자였던 데이비드 데이비스 하원의원(67)을 임명했다.

그는 1987년 처음 당선된 이래 30년 가까이 하원의원직을 유지해온 7선의 보수당 베테랑이다.

야당 시절 당 의장과 예비내각 부총리, 내무장관 등을 역임했고 당 대표 경선에도 도전한 바 있다.

'자유의지론자'라는 별명과 더불어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을 브렉시트 신봉자에게 맡기는 용병술을 구사한 것이다.

메이는 또 자신의 결선 상대였다가 경선을 포기한 탈퇴파 레드섬 에너지차관도 환경·식품장관으로 승진시켜 내각에 합류시켰다.

경쟁 상대까지 끌어안는 포용력을 과시했다.

전임 캐머런 내각에서 탈퇴 진영에 합류했던 '반란' 장관인 크리스 그레일링 하원 원내대표도 교통장관으로 전보하며 내각에 유임시켰다.

이외 적극적 브렉시트파인 리엄 폭스 전 국방장관을 신설된 국제통상장관에 기용했다.

영국이 EU를 떠나도 새롭게 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해온 탈퇴파의 주장을 실천으로 옮기는 임무를 맡긴 것이다.

또 탈퇴파 프리티 파텔 고용연금차관도 국제개발장관으로 승진 기용했다.

대신 메이는 잔류파인 필립 해먼드 외무장관을 재무장관으로 이동시켜 브렉시트 불확실성으로 경기 침체 조짐을 보이는 경제를 책임지도록 하는 중책을 맡겼다.

또 대표적 잔류파인 앰버 루드 에너지장관을 내무장관에 임명하고 역시 잔류파인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과 제러미 헌트 보건장관 등 주요 보직장관을 유임시킴으로써 내각 내 잔류파와 탈퇴파 균형을 맞춘 셈이다.

◇ 여성이 3분의 1…주요 보직에 기용
메이 내각의 또 다른 특징은 여성을 중용했다는 대목이다.

그간 자신이 강조해온 양성평등에 대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앰버 루드 내무장관, 리즈 트루스 법무장관, 저스틴 그리닝 교육장관, 레드섬 환경·식품장관, 프리티 파텔 국제개발장관, 카렌 브래들리 문화·미디어장관, 에반스 상원 원내대표 등 모두 7명이 여성이다.

메이 자신까지 합치면 8명이다.

전임 캐머런 내각(21명 중 6명)과 비교하면 2명 늘었다.

그뿐만 아니라 기용된 보직들에 비춰보면 여성 총리가 이끄는 메이 내각에서 여성 장관들의 무게감은 훨씬 더하다.

신임 루드 장관은 에너지장관에서 재무장관·외무장관 등과 함께 내각 3인방으로 꼽히는 내무장관에 임명됐다.

메이의 출마 선언 자리에 동석했던 재선의원 저스틴 그리닝 국제개발장관도 교육장관으로 영전한 케이스다.

또 재선의원 리즈 루스트 환경·식품장관 역시 주요 보직인 법무장관으로 승진했다.

환경·식품장관에 임명된 레드섬 에너지차관도 내각에 새로 합류한 케이스다.

주요 부처인 문화·미디어장관에도 여성 의원인 브래들리 장관을 앉혔다.

한편 메이 총리는 캐머런 내각 장관 가운데 8명을 퇴출시켰다.

이중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 마이클 고브 법무장관, 니키 모건 교육장관, 올리버 레트윈 랭카스터영지장관, 존 위팅데일 문화미디어장관 등은 캐머런의 측근들로 평가된 인사들이다.

캐머런 내각에서 오즈번은 메이에게 차기 총리 경쟁 가도의 최대 정적이었다.

BBC 방송은 오즈번의 퇴출은 그의 "브랜드"가 "너무 많이 손상된" 탓이라고 분석했다.

고브 장관은 브렉시트 국면에서 배신극을 연출한 장본인이어서 메이 내각에서 배제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반면 보건장관의 데미언 그린, 북아일랜드담당장관의 제임스 브로큰셔, 문화장관의 카렌 브래들리 등 3명은 모두 메이가 내무장관으로 있을 때 내무차관을 맡았던 신진들이다.

친정 체제 구축도 염두에 둔 조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편 메이 새 내각에서 공립학교 출신은 18명으로 전임 캐머런 내각(11명)보다 크게 늘었다고 일간 가디언은 분석했다.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