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겨냥해 "차기 대통령 물고문 지시하면 사임"

존 브레넌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13일(현지시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의 한국 배치와 관련해 이는 "미국의 의무"라고 옹호했다.

13일(현지시간) 경제매체인 비즈니스 인사이더에 따르면 브레넌 국장은 전날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대두하는 안보 위협'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미국은 동맹국들과 (아시아) 지역에 대한 확실한 의무가 있다"며 "미국이 지역 안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이들에게 확신시키기 위해 적절한 조치(사드배치)가 취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이 핵무기는 물론 탄도미사일 개발에 나서면서 지역과 전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무책임한 길을 걸어내려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브레넌 국장은 사드 배치 논의는 지역 동맹국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진행됐다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미국이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러한 안보 이슈를 다루려고 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브레넌 국장은 같은 자리에서 차기 대통령이 물고문이나 가혹한 '고강도 심문'을 명령하면 사임하겠다고 밝혔다고 미 CBS뉴스 등이이날 보도했다.

브레넌 국장은 브루킹스연구소에서 한 연설에서 "만약 차기 대통령이 물고문이나 다른 어떤 것(고강도 심문)을 명령한다면 대통령이 무슨 말을 했든 관계없이 CIA에 그러한 지시를 내리지 않을 것"이라며 "CIA는 다른 국장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르는 것이 자신의 책임이기는 하지만 양심에 따라 그 지시를 수행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것 역시 개인의 책임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브레넌의 발언은 대통령에 당선되면 물고문을 허용하겠다고 한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CIA는 9·11 테러 이후 테러 용의자 수사에 '워터보딩'(waterboarding)이라고 불리는 일종의 물고문을 동원해왔으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9년 1월 취임 직후 행정명령을 통해 물고문과 다른 가혹한 심문 행위를 금지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테러 용의자에게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물고문과 이보다 더 강력한 심문 방식을 허용하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브레넌 국장은 물고문 반대는 개인적 의견이라며 CIA의 다른 심문프로그램은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CIA의 구금과 심문프로그램은 9·11 이후 미국을 안전하게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며 "CIA는 믿을만한 정보에 기반해 이러한 심문방법을 동원한다"고 옹호했다.

한편 브레넌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난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벌어진 연쇄 폭탄테러가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전형적인 공격이라며 "테러는 IS의 소행"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vivid@yna.co.kr